日銀 개입으로 주춤한 엔저, 반전 모멘텀 잡을까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 원화도 동반 하락하는 어려움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1달러당 160엔을 순간적으로 기록한 엔저 현상은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으로 일단 주춤했으나 이러한 효과가 지속되는 시점에서 엔저 반전의 모멘텀을 잡을 수 있을 것인지가 초점이 될 것이다.
현재의 엔저는 미일 금리차,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등에 따른 것이지만 그 정도는 이미 합리적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보여 엔저가 엔고로 급반등하기가 쉬운 측면도 있다.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탈출 속에서 초금융완화 정책의 수정, 일본은행의 금리 재인상이 불가피하며, 이와 더불어 양적 금융완화의 축소도 예상되는 가운데 연말을 향해 엔화는 희미하지만 반등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29일 오전에 엔화가 1달러당 160엔을 순간적으로 기록하자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날 오후에 엔화는 한때 154엔으로 급등했다. 이날의 시장개입은 황금연휴 기간으로 거래량이 적은 시점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본정부는 5월 2일에도 1달러당 157엔 수준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장개입 규모는 5월 말에 발표될 일본 정부의 통계에서 알 수 있지만 금융시장 관계자들의 추정으로는 4월 29일에 5조엔 내외, 5월 2일에 3조엔 정도로 합계 8조엔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이 3월에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철회하고 금리 인상에 나선 이후에도 엔저 현상이 지속되어 언제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설 것인지 주목되어 왔었다. 그러나 엔화가 1달러당 150엔대 초반 수준을 초과해도 일본정부가 시장개입을 하지 않자 엔저 압력이 고조되어 1달러당 160엔을 기록했는데, 그 시점에서 바로 일본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섰기 때문에 엔저에 베팅했던 세력으로서는 당황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 후 5월 초순까지 엔화는 1달러당 150~155엔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서 일본정부의 시장개입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엔저에 베팅해 왔던 헤지 펀드 등은 5월 초에 엔화 매도 우위 포지션을 크게 감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기적인 변동성을 노리고 엔화 매도 포지션을 확대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강한 시장개입 의지로 인해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미일 금리차가 여전히 5%p 정도나 되고 디플레이션 시대와 달리 물가 상승세가 정착되어 가는 가운데 일본의 개인 투자가 등은 엔화 자산 편중에서 글로벌 분산 투자를 선호하는 행태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은 엔저 흐름을 억제하는데 일시적 시간 벌기 효과 정도일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 측면에서의 해외자금 유출 트렌드와 함께 2023년 말 기준으로 2,141조엔이나 되는 가계 금융자산이 일본의 물가상승기 돌입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초저금리 상황에서 어느 정도 해외로 나갈 것인지의 여부일 것이다. 일본의 가계 금융자산의 비중을 보면 현금 및 예금이 52.6%로 높고 주식은 호조이기는 하지만 가계 자산 중의 비중은 아직 12.9%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보험 및 연금이 25.1%, 투자신탁 5% 등이다.
장기불황 및 디플레이션 시대에는 고령의 부유층이 물가 하락으로 실질 가치가 오른 엔화 현금, 예금을 선호했지만 물가가 상승해 엔화 현금의 가치가 떨어져 가는 가운데 일정 비율을 해외 투자하려는 개인 투자가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를 활용해서 개인의 해외주식투자 확대가 엔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즈호은행의 카라카마 다이스케(唐鎌大輔) 치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투자신탁 경유 대외증권투자가 금년 1~4월에 약 4.3조엔에 달하고 과거 10년간의 연평균치에 필적할 규모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唐鎌大輔 みずほ銀行チーフマーケット・エコノミスト, 円安抑止の処方箋, NISA国内投資枠の導入で「家計の円売り」は抑えられるか?, https://jbpress.ismedia.jp/, 2024.5.14.). 개인에 의한 해외투자가일정한 엔저 압력이 되어 있다는 분석이며, 그는 엔저 억제를 위해서 해외증권 투자에 대해서는 NISA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도를 특별히 제한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일본은행의 우에다 총재는 엔저와 물가 불안, 금리정책에 대한 발언을 다소 수정하면서 엔저를 견제하는 측면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26일의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우에다 총재는 ‘엔저가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 발언이 일본은행은 엔저 방어를 위한 금리의 재인상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금융시장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엔화가 1달러당 160엔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엔저 가속화로 인해 우에다 총재는 엔저가 물가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 지난 5월 9일에는 ‘엔저가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쉬워진 측면이 있다는 것은 인식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물가가 예상보다 상승하거나 상승할 리스크가 커질 경우 ‘금리를 일찍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발언했다. 일본은행은 엔저가 물가를 자극하는 효과를 보다 경계하는 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물가에 영향을 주는 리스크 요인으로서 엔화의 변동, 국제상품 시황, 그리고 이들 리스크가 수입 물가나 자국내 물가에 미칠 파급 효과 등을 들었다.
그러나 최근 우에다 총재의 발언으로 보면 첫 번째 물가 요인이 예상보다 좀 더 강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내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남아 있는 가운데, 수입 물가도 다시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의 수입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비 6.4%나 급등한 것은 이러한 일본은행 총재의 인식 변화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지난 5월 13일에 일본은행은 국채 매입 금액을 다소 감축해 각종 국채 금리가 상승압력을 받기도 했다. 2년 만기 국채는 한때 0.325%로 2009년 6월 이후 약 15년 만의 높은 수준이 되고,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11년 8월 이래 처음으로 2.03%까지 상승했다. 일본은행은 3월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해제 과정에서 국채 매입 등 양적금융완화 규모는 기존의 월간 6조엔 수준을 유지하고 정책 변경이 있을 때에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결정하겠다고 한 바 있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은 본격적인 것은 아닐 것이나 일본은행으로서는 서서히 양적 긴축 자세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금리인상은 일본 국가채무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가 있으나, 금리 부담은 과거의 저금리 발행 국채의 만기 도래와 함께 순차적인 차환 등을 거쳐서 서서히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금리상승 폭이 한정적이면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도 정책금리가 당분간 1% 미만에 머물기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상 국내총생산(GDP)이 확대되고 세수도 늘어나는 인플레이션 텍스(tax)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최근의 금리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국가채무의 경상GDP 비중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금리 상황의 변화를 고려해서 일본 정치권도 무리한 예산 확대 요구를 줄이면서 코로나19 이후 느슨해진 재정규율을 정상화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기는 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미국경제의 향방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으나 미일 정책금리차는 연말을 향해 다소 축소되고 엔화 가치의 추가적인 하락에도 제동이 걸리는 방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적 금리 인상 및 양적 금융긴축 정책이 강화될 때까지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급격한 엔저 압력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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