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땜질하다 날 새는 국토부···끊이지 않는 실효성 논란
‘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에 반대해온 정부가 연일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시행 1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이 일선 은행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전언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정책대출의 요건을 완화한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다.
이에 따르면 오는 3일부터는 임대차 계약이 끝나지 않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도 주택도시기금의 ‘전세피해 임차인 버팀목 전세자금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이후에도 높은 전세대출 이자를 감당하고 있다는 피해자들의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기존에는 임대차 계약 후 1개월이 지나고, 임차권 등기까지 이뤄져야만 버팀목 대출로의 대환이 가능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피해주택을 ‘셀프 낙찰’ 받는 경우 경락자금 전액 대출이 가능하도록 ‘디딤돌 구입자금대출’ 한도도 상향된다. 지금까지는 피해자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낙찰받기 위해 디딤돌 대출을 받는 경우 최우선변제금(약 20%) 만큼을 공제하고 대출이 실행돼왔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대출은 전국 5개 주택도시기금 수탁은행(우리·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에서 방문 신청할 수 있다.
시행 1년 됐지만 현장에선 “앞뒤 안맞는 대책”
전세사기 특별법은 지난 1일을 기준으로 시행 1주년을 맞았는데, 그동안 피해 인정을 받은 이들은 1만7593명에 달한다. 정부는 2년 한시법인 특별법 일몰 전까지 피해 인정 건수가 3만6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특별법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가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주택을 ‘셀프낙찰’ 받는 것이 유일하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는 해당 주택을 우선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고, 주택을 낙찰받기 위한 자금은 주택도시기금 대출로 지원한다. 그럼에도 주택을 매수할 여유가 되지 않는 피해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우선매수권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일선 은행 창구에서는 이런 대책이 통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자 전국대책위 위원장은 “은행에서는 전세자금대출 전액을 상환하고 와야 경락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대출을 거절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이미 전세사기로 전재산을 잃은 피해자들에겐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이라고 말했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른바 ‘건축왕’ 남모씨 피해자인 안 위원장 역시 최근 경매에서 해당 주택을 ‘셀프낙찰’ 받았지만 은행에서 경락자금대출 실행을 거절당했다. 은행에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초과했다는 이유를 댔다. 생업을 뒤로 하고 국회, 법원, 관공서 등을 찾아다니며 피해자 단체 활동을 하느라 소득이 부족해 일어난 일이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디딤돌 대출(한도 4억원)을 이용하려면 소득이 연 7000만원(부부합산)을 넘어선 안 된다. 소득이 많아도 적어도 대출을 받기가 힘든 구조다. 안 위원장은 “현재 거주하는 주택에는 차순위매수신고가 들어와 이달 20일까지 매각 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가져가게 된다”며 “개별적으로 돈을 융통하는 방안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지난해 2~4월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제정됐지만 이후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피해자들은 8명으로 늘었다. 피해자 단체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구제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구제 후회수’, ‘LH의 경매차익을 통한 구제’ 모두 특별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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