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만 오른다… 은평·서대문 구축 `한숨`

재건축 가능성 낮아 투자수요 ↓
공사비 인상이 가격 하락의 원인

서울 서대문구 홍은 벽산 아파트 전경.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4월 6억53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하반기에 비해 4000만원 이상 떨어진 금액이다. <네이버부동산 제공>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구축 아파트에서 매매 가격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이 일대 신축 아파트 매매 가격은 작년 하반기에 비해 1억원 가까이 상승했지만, 구축 아파트 매매 가격은 반대로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재건축 가능성이 낮은 구축 아파트는 투자 수요가 적어 시장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서대문구 홍은동 일대 공인중개소 등에 따르면 '홍은 벽산(1997년 준공)' 아파트 84㎡는 지난달 6억53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9월 같은 크기 아파트가 6억95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4000만원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 매물 최저 호가는 6억6500만원부터 나와 있지만, 현재 매수 문의는 거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2022년 5월 최고 8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곳이다.

인근 은평구 녹번동 일대 공인중개소에도 '녹번 대림 e편한세상(1993년 준공)' 전용 84㎡ 매매 매물이 6억8000만원부터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3호선 녹번역 초역세권에 위치한 곳으로, 2022년 2월 최고 8억5000만원에 팔렸던 곳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8월 6억7000만원 수준까지 내려온 뒤 1년 가까이 매매가가 하락하거나 제자리인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홍은동 공인중개소 한 관계자는 "연초 신축 아파트 매매 가격이 상승하면서 구축 단지들도 호가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실제 거래 금액은 작년 하반기 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아졌다"며 "매수 의사가 확실하다면 현재보다 집값을 더 낮게 책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은평구·서대문구 일대 신축 아파트 가격은 작년 하반기에 비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2020년 준공)' 전용 59㎡는 지난 4월 9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크기 아파트가 작년 9월 8억6000만원에 팔린 점을 고려하면 7개월 새 1억1000만원 이상 상승한 것이다.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 더샵(2017년 준공)' 전용 84㎡도 지난해 5월 10억4000만원에 팔렸으나, 올해 4월에는 11억원에 팔려 매매 가격이 상승했다.

건설업계에선 재건축 공사비 인상 여파가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구축 아파트 가격 하락의 한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홍은 벽산아파트와 녹번 대림e편한세상의 경우 용적률이 각각 250% 수준이라 재건축 사업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곳이다. 통상 건설사들은 재건축 사업성 확보가 가능한 용적률 기준을 160~180% 수준인 것으로 본다. 이런 이유로 용적률이 높은 단지에선 아파트가 노후돼도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일지 않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재건축 공사비 급등으로 이어져 새 아파트 공급이 줄고, 준신축 아파트 매매가는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재건축이 불가능한 구축 아파트에선 공사비 상승이 매매가 하락을 부채질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