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패권’ 美에 밀리고 감산 불협화음… 힘 빠지는 OPEC [세계는 지금]
흔들리는 OPEC
석유 담합 고유가 위해 사우디 주도로 감산 정책
나이지리아 등 阿 반발… 앙골라는 탈퇴
이라크·UAE 등 중동국가도 불만 표출
러는 OPEC+ 쿼터 어기고 초과 생산
에너지 권력 美로 무게 이동
탐사·시추 기술 발달로 산유국 다양화
‘셰일혁명’ 美 원유 생산량 1위… 中 6위
세계 OPEC國 생산량 비중 27%로 ‘뚝’
“OPEC 공급 조절, 경제 파급력 줄어가”
1차 오일쇼크 이후 50년이 지나 충격의 여운은 조금씩 옅어지는 중이다. 기술의 발전과 산업환경의 변화로 석유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낮아진 영향이다. 이런 변화 속 50년 동안 굳건했던 오펙도 조금씩 삐걱대고 있다. 10여개 회원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오펙의 균열은 올해 들어서 본격화되고 있다. 기구 내 단결이 흔들리는 모습이 노출되고 있다. 지난 1월 앙골라의 탈퇴 선언이 도화선이 됐다. 앙골라는 석유 감산에 대한 지속적인 이견 속 2007년 가입 이후 16년 만에 오펙을 떠나기로 했고, 이로써 오펙은 2016년 인도네시아, 2019년 카타르, 2020년 에콰도르에 이어 최근 10년 동안 네 번째로 회원국을 잃게 됐다.
오펙은 2018년 이후 비회원 산유국들의 영향력이 증대되자 러시아를 필두로 한 비산유국들을 감산 논의에 합류시켰다. 이른바 ‘오펙+’다. 그러나 공식 회원국이 아니다 보니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생산량 등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비회원국 중 우크라이나와 2년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달 하루 평균 941만8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오펙+와 약속한 감산 계획보다 32만9000배럴을 초과하며 아예 생산량 쿼터를 위반했다. 오펙이 시장 가격을 좌지우지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조건인 회원국 간 일사불란한 단결이 사라지고 있다.
회원국 간 입장 차에 따른 이견 등 구조적 문제는 이견 조율과 구조 개혁 등으로 일정 부분 해소 가능하다. 산유국 간 느슨한 협의체라는 특성상 오펙은 창립 이후 50여년 동안 수많은 갈등을 겪어오면서도 공동이익을 위한 이견 조율을 통해 이를 해결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위기는 좀 더 근본적이라는 평가다.
오펙이 국제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석유탐사와 시추기술의 발전으로 캐나다, 콜롬비아, 호주 등 다양한 국가가 석유를 대량으로 생산하게 돼 더 이상 세계는 석유 수입을 오펙 국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 30%대를 유지해왔던 전 세계 원유 생산량 대비 오펙의 생산량 비중은 2019년을 기점으로 20%대로 작아졌고, 지난해 12월에는 26.5%로 추락했다. 러시아, 브라질 등까지 포함한 오펙+로 확대해도 지난해 말 기준 점유율은 51%에 불과하다.
중국 역시 일평균 417만2000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6위의 산유국이다. 게다가 중국은 지속적인 유전개발 등으로 석유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2년 국영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중국해양석유천연가스(CNOOC), 중국석유화공(시노펙) 등 중국 에너지기업들의 유전개발 등 자본 지출은 약 800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미국의 엑손모빌, 셰브론과 영국 셸, BP, 프랑스 토탈에너지 등의 신규 투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 향후 생산량이 더 늘어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오펙의 감산이 이들 두 국가에 충격을 줄 여지도 작아졌다.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두 공룡이 충격을 받지 않으니 1970년대 같은 전 세계적인 ‘오일쇼크’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줄었다. 이는 지난해 현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2년 10월 이후 오펙+가 지속적으로 감산을 이어갔지만 원유 가격이 오히려 13%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오펙의 생산량 조절보다 중국의 경제 둔화와 미국의 공급 확대가 유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퇴적암에서 추출하는 셰일 원유의 효율성 확대 등으로 향후 석유시장에서 미국 등의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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