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돈푸는 미국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4. 6. 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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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공' 금리를 조심하라
10년물 국채 움직임에 주목할 이유
美 최악의 재정적자 속
국채 환매 '바이백' 단행
10년물 국채 금리 요동
바이든 재선위한 정책에
11월이후 리스크 대비를
게티이미지뱅크

"금리가 2%까지 내려가거나 8% 이상으로 오르는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

미국 금리에 대한 시장의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시점에 금리가 뛰어오를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악의 재정적자 상황에서 미국 재무부가 국채 환매(바이백)를 실시하는 극히 이례적인 행동에 나섰음에도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되레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29일 오후 4시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7.4bp(1bp=0.01%포인트) 오른 4.616%까지 치솟았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200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국채 바이백을 실시한다고 밝힌 뒤 29일부터 실제 행동에 나섰다. 5월 29일부터 7월까지 총 14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7차례에 걸쳐 되산다는 이야기다.

앞서 20여 년 전 국채 바이백이 실시됐던 것은 당시 이라크전쟁 직전까지 미국의 재정이 극히 이례적으로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재정이 흑자일 때 그간 발행해둔 국채를 되사서 미래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매우 상식적이고 건전한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번 바이백 조치는 미국 재정이 역대 최악으로 심각한 적자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2029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약 5% 이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24년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5.6%, 2025년은 6.1%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5년 평균 3.5%보다 높은 수준이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 재정지출 전망치 역시 1974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수준인 GDP의 21%를 지속해서 상회하고, 올해와 내년에도 GDP 대비 23%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시 프로스트 재무부 금융시장 담당 차관보는 "채권시장에 유동성을 촉진하고 재무부의 현금 운용 여력을 확대해 시장성 부채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재정이 적자인데도 불구하고 국채를 되사는 이유에 대해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바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국채 10년물 금리에 대한 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역사적으로 시장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미국 국채이기 때문에 미국의 국채금리를 대표한다. 즉 금리가 돈의 값이라고 할 때 가장 큰 규모의 돈이 거래되는 시장이 바로 10년물 국채 시장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10년물 국채금리는 다른 여러 가지 금리의 기준이 된다. 모기지금리를 비롯해 각종 대출금리에 연동된다는 말이다. 금리가 무엇인지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할 때 그나마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바로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다.

10년물 국채를 시장에서 되사는 조치를 통해 10년물 국채금리를 낮게 유지하려는 미국 재무부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앞서 미국은 최근 발행하는 국채 가운데 2년 이하 단기물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면서 10년물 국채금리를 관리(오퍼레이션트위스트)해온 바 있다. 실제 미국 재무부가 발표하는 분기 국채발행 계획(QRA)을 시계열로 보면 최근 단기국채의 발행 비중이 크게 늘어났음을 볼 수 있다.

바이백을 단행하는 시점도 중요하다. 왜 올 들어 돈풀기에 이토록 열을 올리고 있으며, 바이백을 5월 말부터 7월까지만 실시할까.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즉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적극적인 확장재정을 통해 자산시장(증시와 부동산)을 떠받치려고 한다는 이야기다. 대선을 앞두고 자산시장이 좋을 경우 재선에 성공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재선에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의 이 같은 입장을 시장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인플레이션이 올라가거나 국채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채권 책임자 엘라 호샤는 "미국 연준에서 한발 물러서서 향후 6개월 동안 상당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국채 공급은 건전하지 않다"면서 "현재 약 4.4%인 벤치마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향후 몇 년 동안 8~1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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