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휴전안 수용하라” vs 극우 “연정 해산”…네타냐후 선택은?

노지원 기자 2024. 6. 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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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가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새 제안’을 발표한 가운데, 주말 동안 이스라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안을 수용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극우 연정 구성원이 인질 귀환보다 “하마스 궤멸”을 우선에 두며 휴전안에 반대하고 있어 향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등 전국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에서 시민들은 네타냐후 정부를 향해 미국이 제안한 휴전안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 등이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인질 및 실종자 가족 포럼’은 성명을 내어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의 휴전안 찬성을 요구한다”면서 “이들을 집으로 데려올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관저 앞에만 시위대 약 2천명이 모였고, 텔아비브에서 수천명, 이스라엘 북부 카르쿠르에서 15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지난달 31일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3단계 휴전안’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달 초 이스라엘의 초안을 바탕으로 아랍 중재국인 이집트, 카타르가 하마스와 상의를 거쳐 도출해냈으나 최종적으로 이스라엘에 거부당한 안과 비슷하다는 게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바이든표 휴전안’은 총 3단계로, 1단계에서 ‘6주간 휴전’하면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의 “모든 밀집 지역”에서 철수하고, 노인과 여성을 포함한 이스라엘 인질 100여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명을 맞교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팔레스타인 피란민의 가자 북부 복귀를 허용하고 매일 구호품 트럭 600대 수준으로 인도 지원을 재개한다. 또 국제사회가 가자 주민에게 임시 숙소 수십만채를 제공한다. 6주간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영구적인 휴전’을 놓고 협상하되, 협상이 길어지더라도 논의가 이뤄지는 한 ‘일시 휴전’은 계속돼야 한다. 미국 행정부는 이 부분이 새로운 내용이라고 설명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2단계에는 이스라엘 남성 군인을 포함해 남은 생존 인질을 맞교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때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고 영구적인 휴전이 시작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가 약속을 모두 지키는 한 일시 휴전이 영구적인 적대관계의 중단으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3단계는 이스라엘방위군(IDF) 공격으로 파괴된 가자지구의 재건이다. 이때 하마스는 사망한 인질의 주검을 돌려보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는 이 전쟁을 끝낼 때”라며 “현시점에서 하마스는 더는 또 다른 10월7일(의 공격)을 할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마스는 이번 미국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이스라엘 쪽이 “협상에 대한 약속을 분명히 밝힌다”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협상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뒤인 지난달 31일과 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제안 수락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전쟁 종식을 위한 이스라엘의 조건은 바뀐 게 없다. 하마스 군과 통치 능력 파괴, 인질 석방, 가자가 더는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확실히 하는 것”이라며 “영구적 휴전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런 조건이 만족되도록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하레츠는 총리실이 미국의 제안을 반박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온건한 반응을 낸 것에 주목하면서,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발표 전 같은 내용을 이스라엘과 이집트, 카타르에 공유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외교 담당 자문인 오피르 폴크가 이날 한 언론에 “(바이든 대통령의 새 제안이) 좋은 거래는 아니지만 우리가 동의한 거래”라고 말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이스라엘 연정 내 극우 세력들이 반발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면 연정에서 탈퇴해 정부를 해산시키겠다고 엄포를 놨다.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지난 1일 엑스에 “하마스 파괴 전에 휴전이나 후퇴, 이스라엘군의 철수, 북부 지역으로의 가자인 귀환, 테러리스트(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의미)의 석방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벤그비르 장관도 휴전안이 “문제가 많은 안”이라면서 “테러리즘의 승리이자 이스라엘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거래다.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 완전한 패배”라고 했다.

관건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러한 극우 연정 파트너들의 반발을 견뎌낼 수 있느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지도부가 전쟁을 “무기한으로” 끌어가려는 연정 내 일부 인사들을 비롯한 국내 압박으로부터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와 미국, 이스라엘은 2일 카이로에서 라파흐 국경검문소 재개방을 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또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미국 의회의 상·하원 합동연설 초청을 이날 수락하면서 이르면 8월께 연설에 나설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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