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재산 35% 노소영에"…재계 일각선 '적합성' 의문

박미리 기자 2024. 6. 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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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최태원(왼쪽사진) SK그룹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4.16. kgb@newsis.com /사진=김금보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재산을 '65대35'로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노 관장의 부친인 고 노태우 대통령의 비자금이 증권사, 통신사 인수 등 SK그룹 확장에 쓰였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SK그룹의 통신사업 진출은 고 김영삼 대통령 시절 이뤄졌다는 점, 최 회장으로의 승계 당시 친족들이 상속을 포기했다는 점 등이 고려되지 않았단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SK의 통신사업 진출, 김영삼 정부에서
2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옛 선경그룹)은 1994년 8월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다. 이 때는 노태우 정부가 아닌, 김영삼 정부 시절이다. 앞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재판부는 "SK그룹이 태평양증권(현 SK증권)을 인수한 과정이나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한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생전 우호관계가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에 의해 1995년 구속 수감됐다.

김 전 대통령이 SK의 이동통신 시장 진출에 우호적이던 것도 아니다. 노태우 정부는 1992년 한국통신(현 KT)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 외 제2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공고를 냈다. 6개 기업이 경쟁한 결과, SK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민주자유당 대선후보이던 김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사돈기업에 사업권을 부여한 것은 특혜"라고 반발했다.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은 "특혜 시비를 받아가며 사업을 할 수 없다. 오해 우려가 없는 차기 정권에서 실력으로 승부해 정당성을 인정받겠다"면서 사업자 선정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했다.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김영삼 정부(1993년 말)에서 재개됐다. 하지만 최 선대회장은 이때도 특혜 시비 차단을 위해 불참을 결정했다. 대신 민영화를 추진한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공개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당시 한국이동통신 주가는 정부의 민영화가 결정된 후 한 달만에 4배 넘게 뛴 상태였다.

재계 관계자는 "SK는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특혜시비로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최재원 등 가족의 상속포기→최 회장 대주주 등극
최 회장이 SK 지분 형성 과정을 두고도 이야기가 나온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 SK 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라며 "SK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가치 증가에 관해 1991년쯤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전 회장 측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최 회장을 승계상속형 사업가로 볼 수 있는 상속 과정, 친족 간 합의 등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최 회장은 1998년 38세의 나이로 그룹 회장에 올랐다. 당시 SK는 최 선대회장이 유언없이 갑작스럽게 작고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 선대회장의 형인 고 최종건 SK 창업주의 자녀들, 최 선대회장의 자녀들은 가족회의를 열었고, 만장일치로 최 회장을 후계자로 정했다. 특히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자신이 가진 모든 지분과 지위를 형에 양보했다. 다른 친족들도 지분 상속을 포기하면서, 최 회장은 최 선대회장의 지분 대부분을 승계받아 SK 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 이들은 2022년 소버린자산운용이 최 회장의 경영권을 탈취하려고 할 때도,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함께 경영권을 방어했다.

한 기업분석 전문가는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은 기업 성장동력을 약화시킨다"며 "SK는 그동안 오너일가가 합심해 경영 안정성을 높이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최 회장도 앞서 2018년 "SK가 지금의 모습으로 있게 해준 가족들에 감사하다"며 1조원 상당의 SK㈜ 지분 4.68%를 친족들에 증여했다.

이번 판결이 SK그룹에 공식적으로 '정경유착' 낙인을 찍었다는 점도 논란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경영 활동을 정경유착의 산물로 본 결과라는 점에서, SK라는 기업의 대내외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직원들도 이러한 낙인에 허탈감을 토로한다. SK그룹의 한 직원은 "유책배우자로서 개인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 성장에 어마한 기여를 했다고 판단한 것은 그룹 임직원을 모욕한 것"이라고 했다.

일단 최 회장 측은 이번 결과가 나온 후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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