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유리창도 박살’···계속되는 北오물풍선에 시민들 ‘화들짝·난감’

김송이 기자 2024. 6. 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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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과 2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발견된 대남 오물풍선의 내용물을 군 관계자 등이 수거·분석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풍선이 오물 보내는 용도가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쓰이면 어떡해요.”

2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김유진씨(38)는 전날 밤 9시쯤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을 다시 부양하고 있다’는 재난문자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평소 집 근처라 자주 지나다니던 문래동 인근에 풍선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리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남쪽으로 살포하기 시작한 풍선이 생각보다 더 가까운 서울·수도권 주거지 인근에 떨어지기 시작하니 불안함이 커진다고 말했다. “풍선이 전국 곳곳으로 날아가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러다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걱정돼요.”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지난 1일 오후 8시부터 남쪽으로 살포한 풍선 약 600개를 식별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에도 북한이 살포한 풍선 260여개가 전국에서 발견됐다. 오물풍선에는 지난달 살포된 풍선과 마찬가지로 담배꽁초, 폐건전지 등이 담겼다.

풍선이 점점 주거지 인근으로 가깝게 떨어지자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나 번화가에서 오물풍선을 봤다는 시민 목격담과 피해 신고가 이어졌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양천구에서 오물풍선으로 인한 차량 유리창 파손 신고가 1건 있었다고 밝혔다. 경기 안산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풍선이 주차된 승용차 앞 유리를 박살 냈다. 한 육아커뮤니티에선 “밖에 경찰차, 소방차가 몰려와 난리가 난 것 같아서 보니까 오물풍선이 아파트 주차장에 떨어졌다”며 “하필 우리 차 옆에 떨어져 심란하다”는 내용의 글이 공유됐다.

대학생 이모씨(23)는 “풍선이 사람한테 떨어졌거나 안에 폭탄이라도 들었으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나라가 괜히 휴전상태라고 하는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1일과 2일 사이에 떨어진 대남 오물풍선에 자동차 앞 유리가 파손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는 시민 보호를 위해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거나 관련 기관과 협조 체계를 유지하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낙하물을 수거하는 것 외에 선제적으로 오물풍선을 막을 방법은 없다. 오물풍선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지자체가 피해를 보상할 관련 법령이 없는 탓에 대응책도 마땅치 않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대북전단과 대남 오물풍선 등 남북한이 서로를 자극하는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이 정부가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라 금지할 수 없다”며 제지하지 않은 것을 빌미로 대남 풍선을 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할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은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사무처장은 “접경지역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되면 북한의 실제 위협이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해왔다”며 “정부는 그간 이러한 우려를 묵살해왔는데 오물풍선은 실제 위협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정부는 접경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을 야기하는 행위를 어떻게 자제시키고 방지할지를 얘기해야 한다”며 “교전을 막기 위한 것보다 ‘교전이 일어날 때 보복을 어떻게 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패턴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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