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정통 유학자 ‘설암 권옥현’ 추모·학술 모임 25년째 이어져

박주영 기자 2024. 6. 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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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암 제자들로 이뤄진 ‘모암계’ 주최
부산의 마지막 정통 유학자로 유명했던 설암 권옥현 선생을 기리고 그 학맥을 이어가려는 추모 및 학술 모임이 지난 1일 오전 부산 연제구 한 뷔페에서 열리고 있다. /모암계

정통 유학자인 스승을 기리고 그 스승의 학맥을 이어가려는 제자들의 노력이 25년째 이어지고 있다.

모암계는 지난 1일 오전 11시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해암뷔페에서 설암 선생 25주기 추모 모임 및 학술회를 열었다고 2일 밝혔다. 모암계는 부산의 대표적 정통 유학자로 유명했던 설암 권옥현(1912~1999년) 선생의 제자와 후손들로 이뤄진 모임이다.

이날 행사에는 단국대 허호구 초빙교수, 정경주 경성대 명예교수, 김홍수 부산대 교수, 김해향교 이성규씨, 설암 선생의 장손 권석근씨 등 전국 각지에서 100여명이 참석했다. 양복이나 캐주얼 차림이 대세인 대도시 번화가에서 도포를 입고 망건을 쓴 차림의 동래향교, 김해향교 등의 유림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경주(경성대 명예교수) 모암계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정통 유학자로 수많은 격변기를 겪으면서도 세속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학문과 삶을 꿋꿋하게 지켜가신 설암 선생의 생애는 후인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설암 선생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율곡 이이·우암 송시열 선생의 기호학맥을 이은 현대 유학의 거목, 추연 권용현 선생 문하에서 공부하고 부산에 정착, 금남서당을 열어 후학을 길렀다. 그의 제자 중엔 부산대·경성대·부산교대 등 지역 대학의 한문학과, 사학과, 윤리학과 교수나 부산·경남 지역 국어·한문 교사로 활동 중인 사람들이 많다.

생전 설암문집 18권 6책을 저술했다. 그의 제자와 후손들은 지난 2000년 선생을 추모하고 학풍을 이어가기 위해 ‘모암계’를 결성, 매년 6월 추모회를 갖고 있다. 30대 초반, 설암 선생 문하에 들어가 공부를 한 막내 제자인 정영만(59) 학연서당 원장은 “모암계의 연차 모임은 요즘 말로 하면 친목회에다 추모회, 학회 등을 겸해서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술 발표에선 남재주 한국국학진흥원 전임연구원이 ‘설암문집의 예학 논의에 대하여’란 주제로 강연했다. 남 전임연구원은 “예학은 인간이 관계를 맺으면서 공동체의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 필수불가결한 원리원칙을 규정한 학문”이라며 “저술 내용 등을 보면 설암 선생은 본인 가정 또는 가문 내 예 실천 과정의 미비점을 적극적으로 수정 보완하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모시를 보내온 허영자 성신여대 명예교수는 “평생 세상의 명리에 휩쓸리지 않고 성찰과 반성으로 높은 가치를 추구해온 ‘20세기 최후의 선비’, 설암 선생의 삶은 급변하고 격동하는 AI(인공지능), 디지털 시대에 더욱 빛난다”며 “후학들이 먼 장래까지 그 학덕, 정신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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