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차관 “한반도 비핵화”…한·미 국방장관 “북한 비핵화”

박민희 기자 2024. 6. 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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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관련 엇갈린 발표 나와
김홍균 외교부 1차관(오른쪽부터)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5월31일(현지시간) 워싱턴 디시(DC) 인근에서 한·미·일 차관 회의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 3국은 외교차관 협의회에서 북한의 최근 정찰위성 발사 등 도발을 규탄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5월31일(미 현지시각, 한국시각 6월1일) 미국 워싱턴 근교에서 열린 외교차관 협의에서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한·미·일 협력과 경제, 기술 파트너십, 북핵과 북·중·러 밀착 강화 등 다양한 의제를 깊이 논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이날 협의는 워싱턴 근교 캠벨 부장관 소유의 농가에서 5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날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3국 차관은 “북한의 점증하는 불안정 조장 언사와 행위에 대해 공통의 우려를 공유”하고,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소위 ‘군사정찰위성’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북한의 최근 발사들을 강력히 규탄”했다. 최근 북한이 계속해서 한국을 향해 오물 풍선을 보내고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공격과 장사정포 발사를 이어가는 것을 언급한 것이다.

공동성명은 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하였고 북한이 조건 없이 우리와의 실질적인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 지역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안보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다. 지난해 7월 한·미·일 정상회의 뒤 발표된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이번 공동성명에서 비핵화 대상이 ‘북한’에서 ‘한반도’로 복원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로 보인다. 5월27일 한·중·일 정상선언도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하였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언급했던 것이 이번 차관 공동선언으로도 이어졌다. 반면,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신원식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일치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거의 동시에 진행된 외교차관 회담과 국방장관 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엇갈린 표현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한편, 한국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한 의구심 속에 독자 핵무장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한·미·일 차관 공동선언은 “미 국무부 부장관은 대한민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으며,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방위역량으로 뒷받침되고 있음을 재차 강조하고,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며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강조했다.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신원식 국방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오스틴 장관은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한 확장억제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을 방지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데 지속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북한이 통일 불가를 공언한 데 대해, 3국 외교차관은 “우리는 또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재확인하였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넣었다.

대만과 남중국해에 대한 입장도 담겼다. 공동성명은 “우리는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며 “우리의 대만에 대한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하며,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에 반대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한다”고 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성명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무기 이전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한 침략 전쟁에 동력을 제공하는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 심화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 복구를 지원하고 러시아가 자신의 행위에 책임지도록 하기 위해 더욱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 임무 연장 결의안이 부결된 것을 언급하고, “관련 안보리 결의들의 완전한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3국 차관은 이밖에도 북한의 불법 자금원과 악성 사이버 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협력,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 프로젝트들에 대한 공동 지원을 비롯한 경제안보 강화와 공급망 관련 협력도 약속했다.

이들은 차기 한·미·일 정상회의가 금년 중 적절한 시기에 내실 있게 개최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는 7월 워싱턴에서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3국은 한·미·일 협력의 제도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사무국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고 캠벨 부장관은 밝혔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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