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돼 가는 생성형 AI 시장···독과점 이대로 괜찮나
“차세대 프런티어 모델 훈련을 시작했다.”(챗GPT 개발사 ‘오픈AI’ 공식 블로그)
“우리는 이제 완전한 제미나이(구글의 생성형 AI) 시대에 살고 있다.”(지난달 14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서 빅테크 간 경쟁이 불붙으면서 생성형 AI 시장이 글로벌 빅테크가 장악한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모델 개발, 학습 데이터 확보, 유지 비용 등 진입장벽이 높아보니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쉽지 않은 구조다. 유럽·미국 등 각국 경쟁당국·사법기구도 독·과점 방지를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자본집약’ 생성형 AI 시장, 커지는 독과점 우려
스탠퍼드대학교의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파운데이션(기초 모델)을 출시한 기업은 구글(18개)이다. 이어 메타(11개), 마이크로소프트(MS·9개), 오픈AI(7개) 순이다. MS는 오픈 AI의 최대 주주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109개로 2위인 중국(20개)을 큰 격차로 앞질렀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광범위한 산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딥 러닝 모델이다. 챗 GPT나 제미나이 같은 범용 AI 모델이 여기에 속한다. 의료·법률 등 한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만드는 데에도 이용된다. 이 때문에 파운데이션 모델을 선점한 빅테크들이 후발 주자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태희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2일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향후 자사 파운데이션 모델을 응용하는 사업자에게 부당한 가격을 설정하거나 거래조건을 만드는 등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격차도 우려 요소다. 생성형 AI 모델은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한다. 투입된 데이터의 양과 질이 성능을 결정한다. 검색엔진·쇼핑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있는 글로벌 빅테크는 최신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데 경쟁사보다 유리하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업은 이용자 데이터를 많이 가진 기업”이라며 “일찌감치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들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투명성’은 낮은 편이다. 미 스탠퍼드대의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AI 모델 투명성 지수’를 보면, 오픈 AI의 GPT-4와 구글 제미나이는 각각 11위, 12위를 기록해 전체 14개 모델 중 하위권에 속했다. 투명성 지수는 AI 훈련 방식 및 데이터 공개 여부, 설명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점수화한 것이다.
AI 모델 구축·학습에 들어가는 비용도 시장 진입자에게는 걸림돌이다. 주요 생성형 AI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천~수만개로 구성되는데, 고성능 GPU 가격은 개당 5000만~6000만원에 이른다.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제미나이 울트라는 훈련 비용이 1억9100만달러(약 2645억원), 오픈AI의 GPT-4는 7800만달러(약 10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래픽처리장치가 많으면 많을수록 AI 성능은 높아진다. 그만큼 구매여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자금력이 아주 큰 기업만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생성형 AI 독점으로 인한 피해가 소비자에게 이어질 수도 있다. AI 간의 ‘알고리즘 담합’이 그 예다. AI가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을 통해 다른 AI와 ‘묵시적 담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담합자들간의 소통 여부로 담합을 판단하던 전통적인 담합 기준에서도 벗어나 있다. AI 간 묵시적 담합을 처벌할 기준 역시 아직 없다. 신위뢰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성형 AI의 주된 기능은 어떤 상황에 대한 추천기능”이라며 “기업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AI 알고리즘이 담합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산업보다 엄격하게 들여다봐야”
각국의 규제 당국도 생성형 AI 관련 규제 마련에 착수했다. 유럽연합(EU)이 지난달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을 승인했다. 이 법은 AI 개발 과정에서 정보 공개 의무를 강화하고, 위험 기술은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규제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지난 1월 MS·구글·아마존에 생성형 AI 기업에 투자한 배경을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빅테크 기업이 AI 관련 스타트업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것에 제동을 건 것이다.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지난해 AI 모델의 반경제적 행위를 막는 7대 원칙을 발표했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4월 생성형 AI 시장 실태조사에 나섰다. 생성형 AI 시장의 주요 서비스 내용과 거래 방식 등이 조사 대상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는 “시장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아 당장 규제를 논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자본집약 산업이고 소수의 경쟁자가 시장을 이끌어가는 만큼 다른 산업보다 주요 기업의 기업결합심사 등 활동을 더 엄격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