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 건넌 ‘1호 공동명의 등록 강아지’ 로마···공동명의 등록 행정 정비는 ‘아직’
보호자 2명이 공동소유주로 등록된 최초의 강아지 로마(4)가 지난달 14일 세상을 떠났다. 급성신부전 진단을 받은 지 며칠 후 찾아온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푸들 로마의 보호자이자 가족인 김소리 변호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책방에 로마를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로마의 사진 옆에는 기사 출력물도 하나 붙였다. 로마의 동물등록증에 김 변호사와 함께 로마를 입양한 류하경 변호사의 이름이 나란히 적힐 수 있게 한 법원 판결 기사다.
2021년 1월 두 사람은 생후 3개월이던 로마를 입양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를 위해 ‘월령 2개월 이상의 개’ 등 등록대상 동물을 가까운 시·군·구청에 등록하도록 규정한다. 지정 동물병원에서 무선식별장치를 삽입하거나 부착하면서 등록을 병원에 맡기는 게 보통이다.
두 사람은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강아지를 기르더라도 ‘한 명’만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법이 소유자의 인원을 한정하지 않았는데도, 지방자치단체는 “동물보호관리 시스템상 신청인은 1인만 가능하다”며 다시 신청하라고 했다. 두 사람은 법적 근거가 미비하단 생각에 지자체에 반려처분 취소청구 소송 재판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 2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수원고법은 “행정청이 동물보호법이 정한 동물등록 신청 규정에 맞춰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의 미비점을 이유로 동물등록 신청을 거부할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7161712001
판결에 따라 로마는 같은 해 8월 ‘김소리’ ‘류하경’이 나란히 적힌 동물등록증을 바로 발급받았다. 제1호 공동명의 등록이었다.
그로부터 약 10개월이 흘렀다. 동물 공동명의 등록을 위한 행정 정비는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동물등록을 담당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최근에야 공동명의자 등록이 가능하도록 행정 시스템을 개편했다. 아직 ‘시행규칙 개정’이라는 벽이 남아있다.
현행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상 동물등록 신청서(별지 1호서식)와 변경신고서(별지 4호 서식)에는 신청인란이 단 한 칸뿐이다. 시행규칙에 정해진 서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공동등록의 경우 대표소유자를 명기하고, 신청인 란에 여러 칸을 추가해 여러 신청인을 기재할 수 있도록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현재 법제처 검토 단계에 있다”고 했다.
동물 공동명의 등록을 바라는 반려 동물 가족들은 빠른 행정 정비를 기다리고 있다. 가족으로서 호적에 등록하듯 하려는 심리적 이유도,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연락망을 두텁게 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네 살 된 푸들을 키우는 이모씨(38)는 지난달 “공동명의 등록이 가능하냐”고 농심축산검역본부에 문의했지만 “아직 등록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고 개편을 기다리고 있다. 자영업자인 그는 “동물등록은 혹시 강아지를 잃어버릴 경우를 위한 것인데, 일이 바쁠 때 저는 전화를 못 받을 때가 많아 걱정이 된다”며 “다른 두 가족을 더 등록해두면 혹시 모를 상황에 안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한 명보다는 두 명이 가족으로 등록되어 있는 게 동물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공동명의 등록 소송은 로마가 저희에게 준 사랑이 있어 가능했다”며 “로마가 만든 성과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사람과 강아지 친구들을 두루두루 좋아하던, 발랄하고 사랑 많던 로마가 좋은 곳에서 뛰어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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