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빡센’ 효율성 추구…뒤따를 붕괴사회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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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병적으로 '성장' 아니면 '붕괴'라는 매우 이분법적이고 도식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독특한 사회다.
사실, 우리 사회는 붕괴하는 미래도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이 없다.
붕괴사회를 제대로 전망하지 못하니까 우리는 성장이라는 감옥에 갇혀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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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붕괴나 소멸, 국가 비상사태 같은 단어들로 우리의 미래 모습을 까맣게 덧칠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병적으로 ‘성장’ 아니면 ‘붕괴’라는 매우 이분법적이고 도식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독특한 사회다. 절충적 중간도 없고 창조적 변형도 없다.
사실, 우리 사회는 붕괴하는 미래도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이 없다. 레토릭으로서 붕괴라는 단어만 사용하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사회가 어떻게 바뀌고 개인의 삶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내용이 없다. 그저 성장의 반대말 정도로만 쓰여 정작 붕괴를 전망하면서 얻는 전략적 이점도 놓친다. 많은 기업에서는 자사의 주력 제품과 서비스가 사라진다면 다른 어떤 대안이 있는지 탐색하는 활동을 시시때때로 벌인다. 새로운 사업의 씨앗을 찾으려면 기존의 사업이 정점을 지나 기울고 있음을 가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사업을 유지하려고 하지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미래를 전망한 책 중에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책이 로마클럽에서 1972년 발간한 ‘성장의 한계’다. 끝없이 성장할 것으로 믿었던 인류가 성장의 정점을 지나 인구, 경제, 자원, 환경 등의 붕괴로 치닫는다는 예측은 당대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그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인식 덕분에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찾지 않았는가.
붕괴사회를 제대로 전망하지 못하니까 우리는 성장이라는 감옥에 갇혀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포기하지 못하고 오래된, 약효도 없는 그래서 대한민국의 병증을 더 악화시키는 성장론만 붙들고 있다. 그러니 해결책은 ‘더 빡센’ 효율성 추구밖에 내세울 것이 없고 이를 위해 비용을 줄이는 방법 외에는 없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기업과 창업 활동이 벌어지고 인공지능 로봇을 더 많이 만들어 인간 없는 공장을 더 많이 세우는 미래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다. 사회든 기업이든 붕괴를 눈앞에 둔 처지여서 당장 경제적 이익에 집착하게 되고, 기후변화 대응이나 환경보존은 의제에도 오르지 못한다. 멀리 보는 눈은 퇴화하고 근시안적 정책만 난무한다.
이제는 붕괴사회를 진지하게 상상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경로로 붕괴하는지 긴 안목에서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2025년부터 35살 이하 청년들이 인구에서 23%를 차지하다가 10년 만인 2035년 16%로 줄어든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가파른 청년 인구의 하락이다. 청년들이 줄면 기업은 인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기존 노동자들의 정년 제도를 손봐야 함은 물론이고 임금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자면 전 사회 구성원들이 모여 깊이 토론하고 적절한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
조만간 전세계가 약속한 탄소 감축의 성적표도 공개된다. 2030년부터 각 나라가 약속한 대로 탄소 감축이 이뤄진다면 지구 온도는 상당 기간 1.5℃ 상승에 머물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2040년이 되기도 전에 2℃ 상승을 각오해야 한다. 2℃가 올라간 지구 환경에 대해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마치 폭포수가 쏟아지는 것처럼 환경 문제가 사회, 경제적 파국으로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한다. 극한 기상 현상이 경제적 불평등 악화, 기후이주민 증가, 국가별 갈등과 분쟁의 증가, 매개 감염병 증가, 사망률 증가, 생태계 서비스 마비, 식량과 연료, 물 부족으로 이어져 인간의 문명은 붕괴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욕망을 줄이고, 소비를 줄이고, 생산을 줄여야 생존하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 사회의 성장론이 버틸 수 있을까.
붕괴를 준비해야 붕괴를 피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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