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일잘러’ 비결, 부럽다”…1분씩 연차내고 자율 출근하니 육아 걱정 없다는데 [워킹맘의 생존육아]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4. 6. 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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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팅더닷츠·맘편한 세상·휴넷
워킹엄빠 복지 친화제도 ‘눈길’
1분 단위 연차, 등하원 걱정 덜고
매월 아동돌봄비 30만원 지원도
방학엔 ‘자녀 동반 오피스데이’ 열어
부모는 업무·아이는 선생님과 수업도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 [사진 제공=픽사베이]
언젠가 칼럼에서 ‘육아의 외주화’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엄마가 일을 할 때 아이가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관 혹은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육아 도움을 받으라는 조언이었다. 사실 조언이라기보다는 대부분의 일하는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경우 아이들은 돌 때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녔고 아이들이 기관에서 돌아오면 도우미 선생님이 엄마·아빠 중 하나가 퇴근할 때 까지 아이들을 돌봐주시며 식사를 챙겨주셨다.

하지만 가끔, 아니 종종 시스템이 무너지는 상황이 생긴다.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대표적이다. 감기 증상이 심하거나 열이 나면 아이를 기관에 보낼 수가 없다. 갑자기 다쳤을 때도 그렇다. 일찍 알면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보겠지만 아침이 되어서야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그야말로 멘탈이 나간다.

아이들의 방학때는 새로운 ‘세팅’을 해야한다. 기관과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기존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되기 때문이다. 긴 방학을 보내기 위한 각종 학원 세팅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괴로운 일이다.

‘아이의 병원만 금방 다녀왔다가 출근할 수는 없을까’ ‘방학 때 아이를 내가 돌볼 수 없더라도 아이와 가까이 있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등등의 생각을 해 보지 않은 워킹맘은 얼마나 있을까. ‘남의 회사 이야기’로 들릴 수는 있지만 이런 고민을 간파한 기업들의 워킹맘 복지 친화 제도들을 살펴봤다.

오프라인 돌봄공간 ‘째깍섬’, 만 1세부터 초등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선생님을 연계해주는 플랫폼 ‘째깍악어’ 등을 운영하는 커넥팅더닷츠는 직원들이 자녀들의 방학기간에 자녀와 함께 출근해 사옥 1층 공간에서 째깍 선생님들의 보육과 지도를 받게끔 배려한다. 부모들은 틈틈히 아이들이 선생님·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아이는 부모가 일하는 공간을 방문해 엄마의 직장생활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김희경 커넥팅더닷츠 대표는 “방학이 너무 길다보니, 직원들이 자녀들을 모아서 선생님을 한 분 불러 같이 회사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끔 하자는 이야기를 했고 실행에 옮겼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다보면 방학, 유치원 졸업과 초등학교 입학 사이의 시간, 학교 적응기 등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약간의 틈이 생긴다”며“이 틈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 휴직을 할 수도 없지 않나”라며 워킹맘·대디를 배려한 복지 정책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커넥팅더닷츠 직원들은 10시부터 4시까지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다. 김희정 대표는 “보통 아침에 아이들을 기관이나 학교에 데려다주고 이후 데리러 가야하는 시간이 오전 10시와 4시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원격근무와 출근을 병행하도록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기에 있는 엄마·아빠면 그 시간도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연차도 별도의 결재 없이 1시간 단위로 사용할 수 있어 병원 방문, 학교 상담 등 자리를 비워야 하는 일이 생길 때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김 대표는 “나도 아이를 키워봤으니 그 과정에서의 고충을 알지 않겠나”며 “회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를 쓸 수 있는 사람도 제한적이고 아이를 내 출근시간에 맞춰 깨워서 오는 것도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내가 없을때도 잘 지내는게 제일 좋겠다는게 엄마들의 마음”이라며 “그래서 필요한게 뭘까 하다가 내(엄마)가 없을때 믿을 수 있는 선생님을 보내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돌봄 플랫폼 ‘맘시터’를 운영하는 맘편한 세상은 직원들의 출근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8시부터 11시 사이에 자유롭게 나올 수 있도록 했다. 휴가는 1분단위로 사용이 가능하다. 휴가를 쓸 때는 사전 승인이나 결재가 없이 자동 승인이 나게끔 해 휴가 사용에 있어서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일례로 오전에 아이의 병원에 들렀다가 출근을 해야할 경우 예상 회사 도착 시간이 11시 10분이라면, 10분을 휴가로 처리하는 식이다. 자녀가 있는 직원들에게는 도우미를 쓸 수 있도록 매월 30만원 상당의 아돌돌봄비를 지원한다. 육아휴직과 산전·후 근로시간 등 법정 제도를 준수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지예 맘편한 세상 대표는 “일하는 부모가 경력단절을 고민하지 않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것이 당연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 사회적 인식변화 등 모든 면에서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육아 친화 복지를 제공하는 이유를 밝혔다.

‘국민아기띠’로 불리는 ‘코니아기띠’ 등 육아 관련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코니바이에린은 일과 육아 병행을 위해 창업 초기부터 전원 재택근무를 도입한 미래형 조직이다. 이 회사는 자녀 등하원·등하교 시간을 배려해 근무시간 중 최대 1시간을 돌봄에 사용하고 이후 근무시간을 충당해 업무 집중 및 돌봄을 병행 가능하게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형의 경우 교육기관의 돌봄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업무몰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저학년 학부형이 돌봄 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한다. 이 회사 역시 일과 육아, 또는 개인생활에서 균형을 잡고 각각에 몰입할 수 있도록 2시간 단위 연차제도를 운영한다. 연차사용 시간을 쪼개어 효율화하고, 연차를 낭비하지 않고 모아 ‘진짜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장려를 한다. 코니바이에린 역시 지난 겨울에는 겨울방학과 어린이집 휴무로 보육 공백이 생긴 직원을 대상으로 자녀와 함께 사무실에 나오는 ‘자녀 동반 오피스데이’를 실시했다. 부모는 업무에 집중하고, 아이들은 초빙한 방문 선생님과 수업과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자녀가 있는 직원들을 위한 각종 복지가 자녀가 없거나 비혼 동료들에게 역차별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율출근제·분단위 휴가 등을 눈치보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전 직원의 근무 만족도를 끌어올린다는 게 업체들의 의견이다. 맘편한 세상 측은 “일례로 1분 연차 제도 같은 경우는 업무 중 병원에 가거나 은행을 갈 때 연차 낭비 없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선호도가 높고, 자율 출근제를 활용해 취미활동을 즐기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복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 기업들은 성과를 통해 이러한 의견을 뒤집는 선례를 만들고 있다. 2014년 시차 출근제를 도입한 평생교육업체 휴넷의 경우 2022년 7월부터 주 4일 근무제를 전면 시행했다. 이와 함께 출퇴근 시간을 지정할 수 있는 시차 출근제 등을 병행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게끔 배려한다. 이 회사는 지난 해를 포함해 총 4회 연속 여성가족부가 부여한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다. 휴넷은 근무일수가 줄면서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오히려 매출이 20%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좋은 제도가 유지되려면 회사의 성장이 우선해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자율을 주되 업무에는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자율과 책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도 “재택근무라는 제도와 복지가 잘 정립되어 있는 것이지 그렇다고 회사의 업무 강도는 결코 약하지 않다”며 “현명하게 본인의 삶을 관리할 수 있도록 회사가 돕기 때문에 회사는 오히려 직원들에게 높은 업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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