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초여름밤 밝힌 산악영화들…“9월 세계산악영화제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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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7m, 세로 3m 크기의 대형 스크린에 산악자전거 핸들이 보였다.
하루 전 시작된 '2024 움프(UMFF·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여름극장'이 한창이었다.
객석 앞에 걸린 하얀 스크린 위에는 산악자전거 영화 '온 폴링'(2021)이 한창 상영되고 있었다.
홍영주 움프 사무국장은 "움프는 국내 유일한 산악 영화제다. 산악문화나 세계 산악영화를 보여주는 영화제가 시민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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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7m, 세로 3m 크기의 대형 스크린에 산악자전거 핸들이 보였다. 흙길과 암릉이 섞인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상황이 자전거 ‘탑승자 시점’으로 스크린에 펼쳐졌다. “꺄아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조은호(8)군은 눈을 질끈 감고 엄마를 부둥켜안았다.
지난 1일 찾은 울산대공원 청소년광장. 하루 전 시작된 ‘2024 움프(UMFF·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여름극장’이 한창이었다. 인라인스케이트 트랙이 그려진 아스콘 바닥 위에 갈색 캠핑 의자 120개가 놓였다. 객석 앞에 걸린 하얀 스크린 위에는 산악자전거 영화 ‘온 폴링’(2021)이 한창 상영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거친 신음 소리가 광장을 채웠다.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던 주인공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관객들이 선수의 고통에 공감하듯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이후 스크린에선 부상을 극복해가는 주인공의 ‘인간승리 드라마’가 감동적으로 펼쳐졌다.
14분짜리 ‘온 폴링’이 끝나자 곧바로 애니메이션 영화 ‘오프로드’(2018)가 시작됐다. 구조대원이 밧줄 하나로 부상당한 등산객을 도와 산을 탈출하는 상황을 코미디로 풀어냈다. 관객들은 어설픈 구조대원의 모습에 쉴 새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황혜선(41)씨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웃고 뛰어놀 수 있는 극장이라 마음이 편하다. 산에 대한 호기심도 채워줄 수 있어 유익하다”고 했다. 7분짜리 애니메이션이 끝나자, 30분짜리 탭댄스 공연이 이어졌다. ‘따닥따닥닥 따그닥딱’. 경쾌한 구두징 소리에 맞춰 관객들이 박수를 쳤다.
날이 어둑해진 오후 7시30분. 광장의 대형 스크린에 폴란드의 타트라 산맥이 보였다. 무성영화 ‘화이트 트레일’(1932)이 시작된 것이다. 밴드 ‘피오트르 파블락 재즈텟’의 보컬리스트 서민진씨의 허밍과 신세영씨의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광장에 울렸다. 눈보라가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겨울 산악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표현했다. 영화를 보던 김아무개(72)씨는 “소리가 있는 영화가 나오기 전에 무성영화와 함께 실황 연주를 했던 옛 극장가로 돌아간 것 같았다. 밴드 연주를 들으니 흰 눈에 마치 내가 파묻힌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이틀 동안 열린 여름극장에는 관객 900여명이 몰렸다. 이 여름극장은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움프가 개막에 앞서 마련한 사전행사다. 상영작 8편은 움프에 출품된 작품들로 대부분 산을 소재로 한 독립영화다. 오티티(OTT)나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선 볼 수 없는 작품이다.
홍영주 움프 사무국장은 “움프는 국내 유일한 산악 영화제다. 산악문화나 세계 산악영화를 보여주는 영화제가 시민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spr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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