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법사위·운영위원장 양보 없어...與 '소수의 몽니' 그만"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국민의힘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원 구성 협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국회법을 준수를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독식할 수밖에 없다며 단독 표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제22대 국회 원 구성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22대 국회는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올바로 반영하고 21대 국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관례보다는 법 준수가 우선이다. 국민의힘이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고 지금처럼 시간만 계속 끌 경우 민주당은 국회법이 규정한 대로 원 구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18개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이 독식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은 지난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의 무능·무책임·무도함을 심판했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을 단독 과반으로 171석의 제1야당으로 만들어줬다"며 "민주당은 이미 3주 전부터 안을 내놓고 국민의힘과 협상에 나섰으나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수의 몽니에 다수가 희생 받는 것은 민주주의에 위배된다"고 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1992년 국회 원 구성이 10월에 이뤄진 적이 있어 1994년 법제화를 통해 지금의 원 구성 (데드라인)이 정해진 것"이라며 "5월 30일에 임기가 시작되면 1주일 동안 확실히 (원 구성을) 매듭짓고 의장이 선출된 지 사흘 안에 상임위원장을 확정해 지각 개원을 막으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법사위·운영위 및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1~3순위 확보 상임위로 확정하고 이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주요 인사 및 언론들에 거듭 전달해 왔다"며 "21대 국회의 지지부진했던 모습을 씻기 위해 법사위를, 대통령실이 연루된 사건이 많기 때문에 입법부가 제대로 된 견제 역할을 하기 위해 운영위를, 윤석열정부에서 가장 퇴행한 언론의 자유 억압을 해소하기 위해 과방위를 각각 가져오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다뤄진 법안들을 본회의에 상정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사실상의 상원 역할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배출하는 대신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 원 구성 협상 법정 시한은 오는 7일까지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1년 2개월간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바 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법사위·운영위 등을 양보할 생각이 없느냔 질문에 "양보 의사가 없다"고 대답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21대 국회 초기 법사위를 잠시 가지고 있었다가 정부·여당의 협치 제의에 약간의 기대를 안고 양보한 적이 있었다"며 "결과는 역대 최대 발의에도 불구하고 처리율 36.7%란 최악의 결과로 마무리됐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운영위의 경우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한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정의·공정·상식에 해당하는 일들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대통령실을 분명히 견제할 필요가 있어 확보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언론에 끼치는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고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핵심인) 방송 3법의 관철을 위해서 3순위 확보 상임로 낙점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의석수 비율대로 상임위를 11:7 비율로 나눠서 위원장직을 맡자고 제안했고 이들 3개 상임위의 경우 포기할 수 없다는 우리의 의지와 이유를 여당에 전달한 상태"라며 "(협치를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오는 일을 피하고 싶지만 지체 없는 원 구성과 일하는 개혁국회 완성에 대한 의지가 견고해 다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박찬대 원내대표와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와 만나 22대 국회 원 구성을 위한 이른바 '2+2 회동'에 나선다. 전날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법정시한과 다수결을 앞세워 상대를 겁박하는 것은 국회법을 완전히 오독한 것이며 그 정신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라며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가져야 한다는 '다수의 몽니'만 그만둔다면 원 구성 협상은 당장 오늘이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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