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피소드] 성소수자 축복한 이동환 목사 인터뷰 전문 "자리 지키려 양심 버릴 수 없어"
이동환 목사는 퀴어 문화 축제에서 성 소수자들에게 축복기도를 해주고, 과거 강연이나 인터뷰 등에서 '한국 교회가 성소수자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해, 지난 3월 감리회로부터 최종 '출교' 처분을 받았습니다.
* 출교(黜敎) : 신자의 자격을 박탈하여 교인을 교적에서 내쫓는 일
이 목사는 오는 7월 감리회를 상대로 낸 복직 소송 1심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MBC는 이동환 감리교 목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 전문을 싣습니다.
Q. 처음 목사를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저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띄엄띄엄 다니다 고등학교 때 신심을 내면서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고요. 그때 수련회를 가서 '은혜를 받았다' 그러죠, 신학교를 가 목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교에 가 32살에 목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Q. 그때 처음 가신 교회가 경기도 수원의 영광제일교회였지요.
= 청소년들이 서너 명 있는 교회로 작게 시작했고, 올해 3월 출교당하기 전까지 10년 그곳에서 목회를 해왔습니다.
Q. 처음 목회를 하며 성도들과 함께 어떤 의미를 찾아 나아가셨나요?
= 저희 교회가 있었던 지역이 수원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입니다. 저희 교회를 오는 청소년들은 소위 학교에서 모범생들이라기보다, 자기 개성들이 강한 친구들이었습니다. 또 한부모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뭐랄까, 아이들과 복작복작했던 거 같아요. 아이들이 사고도 많이 쳐서 경찰이나 검찰도 같이 쫓아다니면서 목회를 했어요.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너희 울타리가 돼줄 사람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목회를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렇게 아이들이 청년이 되고, 다른 분들이 새로 교회를 찾아오면서는 좀 더 신앙의 가치관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 신앙이 내세 지향적인, 그리고 아주 전통적인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회의 전통이 중요하고, 죽어서 가는 천국이 중요하고‥그런데 그것과 더불어 교회가 어떻게 하면 사회 참여를 할 수 있고, 세상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갈 수 있나 고민하기 시작하며 목회도 좀 더 그쪽으로 초점을 맞췄던 거 같아요.
Q. 2019년 처음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성소수자들을 위한 축복식을 가졌습니다. 어떻게 하게 됐나요?
= 원래 그때의 축복식은 예정에 없던 것이었습니다. 그냥 축제에 참여한 기독교인들의 부스에서 조촐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기획됐습니다. 그런데 주최 측에서 축복식을 부스가 아닌 메인 무대에서 진행하기로 했고, 목사 한 명을 더 섭외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축제를 며칠 안 남겨놓고 결정된 일이라서, 저는 건너건너 섭외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서울 퀴어 문화 축제는 몇만 명이 모이는 대형 축제인데, 당시 인천 축제의 경우에는 규모로도 비교적 작은 편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여기에 주목할 거로 생각하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하겠다고 결정했어요.
Q. 그런데 그때 축복식을 했다는 이유로 감리회에서 징계가 이뤄졌지요.
= 그때 제가 축복식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어떻게 많이 퍼졌어요. 그게 홍보되면서 감리회 내에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목사님들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그분들 중 몇 분이 교단에 저를 고발한 거죠. 저희 교단에는 '교리와 장정'이라는 교단 헌법이 있는데, 이 법의 3조 8항에 '동성애에 대해 찬성하거나 동조할 때 징계 처분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발을 당했고, 심사 단계를 거쳐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1년 정도가 걸렸죠.
Q. 첫 징계 처분 결과는 수위가 어떻게 됐나요?
= 감리회는 2심제로 재판을 진행해요. 행정 단위에 따라 연회에서 하는 재판이 있고, 상급심에 총회 재판이 있는데, 연회 재판 정직 2년이 나왔고 2심은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Q. 정직 2년간 무엇을 했고, 그 기간이 끝나고 한 일은 무엇인가요?
= 2년이 끝나자마자 추가 고발이 들어왔습니다. 정직 기간 담임 목사로서 활동은 못했지만, 여러 곳에서 이런저런 요청이 왔어요. 성 소수자 축복 자리에 와달라, 어디에서 성 소수자 관련 강연해주면 좋겠다‥그런 제안들에 제가 등을 돌릴 수 없었어요.
더불어 제가 교회 재판을 받으며 한국 교회 내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나는 성 소수자 당사자는 아닌데, 내게도 이렇게 심각하게 느껴질 정도면, 당사자들은 어떤 어려움 가운데에 있을까 하며, 한국교회 안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말하는 단체, '큐엔에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어요.
제가 한 여러 활동이 동성애 찬성과 동조라는 점, 또 강연이나 인터뷰 등에서 한국 교회를 비판한 점들이, 2차 고발 사유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최종 처분이 출교였습니다.
Q. 어렵게 목사가 되셨는데 교회로부터 쫓겨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회의감 같은 것들이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 저도 물론 제 직업이 소중하죠. 어릴 때 목사가 되겠다고 생각한 뒤부터 20여 년간 이 길만 바라보면서 왔습니다. 종교인이라는 직업도 어떤 사명감으로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저로서는 목사라는 직이 당연히 소중합니다.
하지만 제가 무엇 때문에 목사가 되었나를 생각해 보았던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저희 교회에 성 소수자 성도가 있었어요. 이 성 소수자 성도님이 어느 날 저한테 와서 '커밍아웃'을 했던 거죠. 그냥 같이 신앙생활을 하다 어느 날 커밍아웃을 했고, 저도 그때는 성 소수자 사안에 대해서 잘 몰랐으니까 되게 당황하고 그랬죠. 그런데 이제 공부를 하고 저도 생각을 여러모로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교회에 성 소수자 성도가 있고, 저는 매 주일 그를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퀴어 문화 축제에 나가서 제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축복 기도를 하는 것이 도대체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의문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Q. 징계를 피할 기회도 있었을 텐데요.
= 사실은 교회 재판을 받기 전에 피할 기회들이 많이 있었어요. '동성애가 죄다'라고 하면 재판을 안 받게 해준다는 말도 들었고,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각서를 쓰면 고발을 취하해 주겠다는 말도 있었고요. 그랬는데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내가 내 직을 유지하자고 내 교인, 그리고 내 벗들을 부정하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목사이기 전에 그리스도인인데요. 이런 얘길 말씀드리는 게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예수가 어떻게 살았는가를 생각해보면 예수는 2천 년 전 주류 종교로부터 죄인이라고 취급받았던 사람들, 그 당시에 가난했던 사람들, 병들었던 사람들과 같이 먹고 마시고 친구가 되어주면서 그렇게 사셨거든요. 그러면 그 예수가 오늘날 이 땅에 온다면 누구와 먹고 마시겠는가‥저는 당연히 우리 사회의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할 것으로 생각하는 거죠. 그중에는 성 소수자도 있는 것이고, 해고 노동자들이나 장애인 등이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한 거지, 제가 목사직을 지키기 위해 옳다고 믿는 것을 저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Q. 오는 7월, 정직 2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입니다. 심경이 어떠신지요.
= 저는 우리가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그것이 우리한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존중하는 상황에서 다름을 대화하고, 때로는 토론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공부하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나와 다르면 틀린 거로 생각하고 아예 쫓아내 버리는 상황이 됐잖아요.
저는 쫓겨났지만, 교회 안에서는 성 소수자에 대한 사안이 여전히 뜨거운 이슈로 남아있고, 그 외에도 계속해서 교회 안에서는 여러 논쟁이 있을 텐데, 그때마다 누구를 쫓아내면서 끝내는 형식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는 낯선 이의 모습으로 우리한테 오신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낯선 것에 대해서 경계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낯선 이의 모습으로 오는 존재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배제할 것인가 아니면 포용하고 환대할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가 깊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관련기사] ▶'성소수자' 축복에 퇴출당한 목사‥"계속 함께 할 것"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04012_36515.html
손구민 기자(kmsoh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604137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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