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신웅 칼럼]우주항공청 성공하려면

여론독자부 2024. 6. 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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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웅 국방우주학회장(국민대 교수)
사진 설명
[서울경제]

우주항공청이 27일 출범했다. 때마침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하는 ‘서울포럼 2024’에서 28일 우주항공청 개청을 계기로 우주포럼을 열어 출범의 의미를 더한다.

우주항공청은 경남 사천에 자리해 지리적으로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직원의 50% 이상이 공직 경험이 없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돼 우려되는 면이 있다. 또 직접 연구개발(R&D)을 하는 조직이 아니어서 인적 규모가 과도하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조직법에 의한 통상적 규모에 연연하지 말고 혁신적으로 조직을 구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주항공청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예산 확보다. 현 정부가 국가 R&D 사업을 혁신하는 차원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으나 법을 개정해야 돼 시간이 소요되고 언제 통과될지도 알 수 없다. 앞서 예타 대상 규모 확대(총액 기준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증액) 개정안조차도 보류된 상태라 예타 제도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은 쉽지 않다. 정부 재정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예타 제도에 대해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특정 R&D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 사업이 중요한데도 통과가 안 된 것이 예타 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재정 당국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상대평가를 하는 과정이며 때로는 부처 내에서 해야 할 사업의 선별 기능을 예타 제도가 대신 해주는 측면도 있다.

해외에는 예타 제도가 없다거나, 선진국의 연구자들은 예산을 편하게 받는 반면 대한민국 연구자들만 힘들다거나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국가별로 예산을 심의하는 절차는 모두 갖추고 있다. 형태가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각 부처가 예산 총액 및 개별 사업에 대해 재정 당국 혹은 국회의 직접 심의 절차를 거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총예산 및 개별 예산도 미 상·하원에서 직접 심의를 받고 있다. 차이는 부처별로 자체적인 R&D 예산 심의 절차가 있어 장기 계획을 부처가 세우고 직접 예산 작업을 한다는 점이다. 1차적으로는 우리의 예타에 해당하는 작업을 부처가 내부적으로 하고 2차적으로는 부처가 마련한 예산안에 대해 사업별로 미 국회에서 2차 검토를 받아 삭감되거나 증액되고 특정 사업이 추가 반영되거나 삭감된다. 우리와 방식이 다를 뿐 R&D 예산을 심의하기는 마찬가지다.

2023년도 4차 예타 신청 때부터 부처 예산 한도(증액 예상분 포함) 내에서 예타를 신청하도록 조정했더니 예타 신청 사업 수 자체가 줄어들었고(3분의 1 수준), 예타 대상 선정 후 예타 적정성 검토 통과율은 70% 전후로 상향됐다. 결과적으로 부처 및 전문기관들이 예타 적정성을 검토하는 데 따른 행정력 소모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특정 부처에 대해 시범적으로 예타를 폐지하고 이를 점차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 예타를 대신하는 제도를 본격 시행하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재정 당국을 고려할 때 국방 R&D 사업에 적용하는 사업타당성조사를 먼저 적용하는 것을 제안한다. 우주항공청의 대형 R&D 사업 예산 심의에 대해 기존의 예타 대신 방위사업청과 같이 사타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방위사업청은 우주사업과 관련해 체계, 선행, 선도 기술 개발 등 다양한 형태로 많은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주항공청(옛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은 유사 사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매우 느리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어 정작 우주항공 R&D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방위사업청보다 어렵다. 대부분의 국방 R&D 사업은 대표적인 추격형 사업이고 목표도 명확해 사타로도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우주항공 분야도 국방이나, 공공이나 R&D 성격상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에 우주항공청의 R&D 예산에 대해서도 예타 대신 사타를 우선 적용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우주항공청이 당장은 R&D 예산 외에는 재정 투입 방법이 없는 만큼 예산 확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국방 R&D 사업 심의 체계와 사타를 원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우주항공청이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혁신을 선도하고 나아가 5대 우주강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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