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죄 호재인데 왜 안 써먹나” 바이든의 ‘딜레마’

윤기은 기자 2024. 6. 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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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현충일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메모리얼 데이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세대는 독재와 민주주의의 전장에서 싸워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 추문 입막음 혐의와 관련해 유죄 평결을 받은 이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선거운동 전략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렸던 만큼 이번 평결을 적극 부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다른 한편에선 경제, 이민 등 다른 의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민주당 내 인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을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라고 바이든 캠프를 대대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텍사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이며, 이것이 얼마나 전례 없는 일인지 모든 유권자에게 알리는 것이 모든 민주당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NYT에 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도 유죄평결을 선거운동에 활용하면 “‘혼돈을 일으키고 거짓말하는 사람’(트럼프)과 ‘이 나라가 모두를 위해 일하도록 애쓰는 사람’(바이든)이라는 대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YT는 최근 몇 달간 격전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온 상황에서, 이번 평결이 민주당 일부 인사들에겐 전세를 뒤바꿀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일각의 요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유죄평결에 대해 “어제 뉴욕에서 있었던 일은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미국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자신은 이번 기소나 배심원 선정 과정 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절제된 어조로 평결을 평가했다”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사건을 조직하고 있다’는 거짓 주장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후안 머천 뉴욕 맨해튼형사법원 판사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고 재판이 불공정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주장과 엮이지 않기 위해 배심원 평결 결과를 부각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머천 판사는 2020년 바이든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보낸 15달러를 비롯해 민주당에 35달러의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NYT는 ‘유죄평결을 캠페인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민주당 일각의 요구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태도를 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이번 재판보다는 경제, 이민 등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이든 캠프의 핵심 참모들은 임신중지 권리와 민주주의, 경제 등이 선거운동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일했던 민주당 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바이든 대통령은) 배심원들의 옷 밑에 숨어있으면 된다. 그 이상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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