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발 담그고…시청 광장에 누워서…오감 채우는 '독서'[르포]

김지은 기자 2024. 6. 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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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낭만이지."

지난 1일 오후 5시쯤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의 한 도로에서 청계천을 내려다보더니 감탄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3.9권이다.

야외도서관을 기획한 서울시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탐독을 통해 책과 자연, 공간에 대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해졌다"며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것을 넘어서서 오감을 만족시키고 독서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면 독서율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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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종합 독서량 3.9권… "책과 자연에 몰입하는 시간 중요"
지난 1일 오후 5시쯤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마련된 야외 도서관. 시민들이 자리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이게 바로 낭만이지."

지난 1일 오후 5시쯤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의 한 도로에서 청계천을 내려다보더니 감탄했다. 이날은 서울시 야외도서관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청계천 산책로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앉아 책을 읽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양말을 벗고 물에 발을 담근 채 김두엽 작가가 쓴 '그림 그리는 할머니'를 읽었다. 김씨는 "시원한 물소리, 조용한 클래식 음악, 노을 지는 풍경까지 합쳐지니 모처럼 여유롭다"고 말했다.

최근 공원이나 청계천, 술집 등에서 책을 읽으며 오감을 만족시키는 독서가 인기다. 혼자서 책을 읽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사람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서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청계천에 발 담그고… 시청 광장에 누워서 책읽기

지난 1일 오후 6시쯤. 서울 시청 광장에 마련된 야외 도서관. 사람들이 쇼파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이날 청계천 야외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은 한쪽에 마련된 책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꺼내 들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상당수가 흔한 말로 스마트폰과 영상에 빠진 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였다.

서울시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한 야외도서관 소파에도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었다. 영어 서적을 읽는 외국인과 부모 손을 잡고 와 그림책을 읽는 데 빠져든 아이들도 보였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이곳에 있으니까 도심과 단절된 느낌"이라며 "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좋고 주변 사람들도 편안하게 쉬면서 행복하게 웃는 걸 보니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책과 술이 함께 하는 공간… "오감이 느껴진다"

최근 2030 사이에서는 술집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2030 세대에서는 술집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입소문을 타는 분위기다. 이날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한 술집에는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각자 술을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이미 자리가 꽉 찬 탓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들도 보였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 온 손님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책과 오감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도서관이나 독서실은 조용하게 책을 읽을 순 있지만 답답하다"며 "이곳에서는 소설책도 읽고 재즈 음악도 듣고 술도 마실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술집은 칵테일 이름도 독특하게 붙였다. 메뉴판에는 '대도시의 사랑법 by 박상영', '그 남자네 집 by 박완서' 등 제목과 작가 이름이 칵테일로 등장한다. 이날 '무라카미 하루키' 칵테일을 주문하고 그의 책을 읽던 30대 장모씨는 "하루키 술에 책까지 읽으니 풍미가 더 느껴진다"며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책을 썼을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책 읽고 생각까지 공유… "함께 읽으니 즐겁다"

책을 읽고 난 뒤에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해 책 내용을 공유하는 문화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일부는 주변 사람들과 모여 책에 대해 느낀점을 공유하기도 한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한 달에 한번 지인들과 읽을 책을 선정하고 느낀 점을 블로그에 올린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각자 질문지를 짜서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김씨는 "최근에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며 "혼자 읽으면 생각하지 못할 부분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좋고 꾸준히 독서를 하게 되는 습관도 생긴다"고 말했다.

국내 성인 독서량이 여전히 높은 수준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3.9권이다. 2021년과 견줘 0.6권 줄었다. 종이책 독서량은 1.7권에 불과하다.

야외도서관을 기획한 서울시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탐독을 통해 책과 자연, 공간에 대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해졌다"며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것을 넘어서서 오감을 만족시키고 독서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면 독서율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는 9월29일까지 서울 시청광장과 청계천 일대에서 야외 도서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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