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발언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염경엽 감독 "지금은 막상막하, 어떤 수를 써서라도 살리고 싶었다"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어떤 수를 써서라도 살리고 싶었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8차전 '잠실 라이벌' 맞대결에 앞서 케이시 켈리와 디트릭 엔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LG는 최근까지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으로 인해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켈리는 3월 두 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4.91, 4월에도 5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5.16으로 허덕였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징조는 크게 보이지 않았다. 5월 첫 등판에서 켈리는 SSG 랜더스를 상대로 5이닝 8실점(8자책)으로 무너진 뒤 키움 히어로전에서는 6이닝 2실점(비자책)을 기록했으나,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5이닝 8실점(8자책)을 기록하는 등 고전했다.
엔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엔스는 3월 두 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50으로 훌륭한 스타트를 끊었는데, 4월부터 갑작스럽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 5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7.20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켈리와 마찬가지로 5월에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5월 첫 등판이었던 두산 베어스전에서 5이닝 5실점(2자책)을 기록한 뒤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6⅓이닝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반등하는 듯했으나, 키움전에서 3⅔이닝 6실점(6자책), 한화와 맞대결에서도 4⅓이닝 4실점(3자책)으로 부진했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바로 켈리와 엔스 둘 중 한 명의 선수는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특히 구단 내부적으로 세운 방침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켈리는 지난달 26일 NC 다이노스전에서 6이닝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더니, 전날(1일)도 두산과 맞대결에서 6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엔스 또한 사령탑의 작심발언 이후 28일 SSG 랜더스를 상대로 6이닝 2실점(2자책)의 투구를 펼쳤다.
염경엽 감독은 2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외국인 투수에 대한 교체 의사가 있다는 뜻을 일부러 언론을 통해 공개했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었다. 사령탑은 "더 좋은 투수가 있다면 둘 중 한 명의 선수는 회의를 통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 거의 막상막하로 가고 있다"며 "내가 가진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고 언론에 이야기를 해서 경쟁을 붙였던 것이다.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활용해야 하지 않나. 이를 통해 선수들이 살아나면, 선수들도 좋고 내게도 좋은 것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당시에는 마냥 이들이 개선되고 나아지기를 기다릴 수 없었다. 사령탑은 "나는 지켜볼 수 있는 수위는 넘었다고 생각했다. 그 자극을 통해서 선수들이 좋아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를 통해 선수를 죽일 이유는 없지 않나. 어떤 수를 써서라도 내 선수들을 살리고 싶었다. 어쨌든 둘 모두 잘하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염경엽 감독의 '자극'이 주어진 뒤 켈리와 엔스가 모두 좋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입지가 완전히 바뀐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반등은 반갑다.
염경엽 감독은 "켈리와 엔스가 잘하면, 미국에서 선수를 선택하는 레벨도 높아진다. 못하고 있으면 아무나 찾겠지만, 엔스와 켈리가 좋아지면 그보다 좋은 선수를 찾아야 하지 않나.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켈리와 엔스가 잘해서 살아남는 것이다. 나는 그걸 더 바란다. 교체를 하게 되면 비자 발급을 비롯해서 최소 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엔스, 켈리보다 더 좋은 선수가 나온다면, 내년도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결국 엔스, 켈리가 정상 궤도로 올라온다면, 당장 교체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켈리는 전날(1일) 최고 149km를 마크, 평균 구속도 147km를 기록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투구수에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7회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켈리가 7회에 올라갔으면 좋았는데, 갑자기 스피드가 올라서 그런지 피로도가 엄청나다고 하더라. 켈리 스타일상 88구에서 등판해도 105구까지는 던지는데, 어제는 피곤하다고 하더라. 거기서부터 꼬였다"고 했지만, 연장 승부 끝에 승리한 기쁜 미소를 감추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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