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우울한 사회에 대처하기

2024. 6. 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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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덕 멘탈케어 대표

한국은 어떤 사회일까? 살기 좋은 사회인가, 살기 어려운 사회인가? 어느 하나가 유일한 정답은 될 수 없어도, 한국이라는 좋은 사회에서 살려면 많은 노력과 능력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한국에는 외국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이 차고 넘친다. 다른 선진국은 물론 그 이외의 나라들을 방문해보면 한국이 얼마나 발전된 시스템과 사회간접자본을 갖춘 나라인지 실감하게 된다. 빨리빨리를 내세워 한국은 기술적으로 참 살기 편한 사회로 바뀌었다.

빛나는 부분에는 반드시 그만한 크기의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한국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가 되었다. 유튜브에 한국이 어째서 그렇게 우울한 나라가 되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직접 방문하여 그 이유를 찾아낸 외국의 한 작가가 그렇게 말한다. 한국처럼 훌륭한 수준의 사회에 살기 위해서 사람들이 갖춰야 할 자격과 노력의 수준이 너무 높다고. 한국에서 잘 사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가진 것, 아는 것, 누리는 것이 그만큼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걸 획득하는 과정은 극심한 경쟁의 연속이다. 우울에 빠지지 않으려면 마음과 정신 또한 단련되고 유능해져야 하는데, 그 부분은 오히려 부족하다.

한국보다 풍요롭지 않아도 오히려 더 높은 행복 수준을 보여주는 나라들에서는 그런 경쟁이 덜 하고, 불필요한 비교를 덜 하는 문화적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늘 최고 수준과 비교한다. 늘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삶을 제공하는 방송과 매체에 노출된다. 서열과 수준으로 평가하는 경향도 너무 강하다. 성공한 승자들의 플렉스(flex)에서 이제는 상대적 박탈감보다 무력감과 좌절감을 경험한다. 현실적으로 그런 부러움을 자신이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열망, 노력, 실력만으로 성공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경쟁이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실패하고 좌절해야 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비율로 수많은 사람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다. 젊은 연령층에서도 심각하며, 10대 청소년들의 자살 증가율 또한 세계 1위다.

청소년의 교육 및 성장 과정은 성공을 향한 빡빡한 코스다. 학습과 규칙을 강요받는다. 거기에서 주춤거리거나 미끄러진 학생들은 좌절로 내몰린다. 높은 스트레스 환경에 더해 남 괴롭히는 짓을 일삼는 일진들이 나대는 학교생활은 이 사회에 미래와 정의가 있는지 의구심을 일으킨다.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성공할 자질이 부족하고 자신을 보호해줄 뒷배가 없다고 믿는 학생 중에는 학교생활이 지옥 같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두가 달리고 있기 때문에 제자리를 지키려면 계속 뛰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붉은 여왕 가설'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웬만큼 분발하지 않으면, 제자리 지키는 것도 불가능하고, 가만히 있으면 반드시 뒤로 밀려나게 된다. 이 또한 우울의 원인이다.

그렇다 보니, 잠시 넘어지거나 밀려난 학생들은 다시 일어서 따라잡을 생각을 단념해 버리고 자포자기 심정에 빠진다. 자신이 인생을 망쳤다고 믿는 순간부터 부정적 감정과 사고에 짓눌린다. 얼마든지 기회가 있고,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에 점령당하거나 그런 증상들로 도피한다.

일단 우울증에 걸리면 우울감에 압도되고, 뇌 상태도 변해버리기 때문에 어떤 교훈이나 위로, 교육이나 상담으로도 증상이 없어지지 않는다. 약물치료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고, 아주 긴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울증이 다가오기 전에 '우울감을 이겨내는 사고 습관, 감정 습관'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자신을 패배자로 만들고, 미래와 세상에 대한 부정적 생각에 열중하는 것이 우울증의 원인이고 결과다. 양분법적 사고, 극단적 판단, 자의적 추론 어리숙한 판단이 패배감과 부정적 감정의 쳇바퀴에 자신을 가두게 만든다. 생각의 함정을 이해하고, 시련과 좌절을 견디는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을 단련하고 지혜를 쌓는 일은 학원에 많이 다닌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애정을 가진 사람과의 지적인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 부모와 자식 모두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이 근본이다. 부모가 행복하고 바람직한 삶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행복하게 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주현덕 대표=자기관리, 스트레스 대처, 행복의 심리 멘탈케어 전문가. 현재 하이브 등 대형 연예기획사 멘탈케어 고문을 맡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멘탈케어 고문도 역임했다.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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