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두 동강 난 천안함 보며 되새긴 ‘평화’

박준하 기자 2024. 6. 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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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 경기 평택 서해수호관을 가다
연평도 포격전 전사장병 등 희생 기려
함정·유족 전시물·추모작품 관람 가능
3일 전에 견학 신청…연 10만명 방문
포탄자국·유족편지 보며 안보중요 실감
경기 평택 천안함기념관 앞에 전시된 실제 천안함을 견학하는 모습. 두 동강이 난 천안함은 남북 현실과 닮은 듯하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야말로 길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평화는 결과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도 평화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평화를 말하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슬픔과 아픔으로 써내려간 역사 가운데에는 수많은 장병의 희생이 있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이들을 기억하고자 5월28일 경기 평택 서해수호관을 찾았다.

서해수호관에 감사와 위로가 담긴 방문객의 메시지가 걸려 있다.

평택시 팽성읍 원정리에 있는 서해수호관은 2011년 해군2함대사령부에 건립된 전시관이자 안보교육 공간이다. 서해수호관이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물음표가 뜨지만 ‘천안함’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서해수호관에는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2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된 천안함 실물이 있다. 이를 보러 연간 10만명이 방문한다.

이날 역시 서해수호관 전시관은 견학 온 초등학생과 군인, 일반 방문객들로 붐볐다. 방문객은 해군 장병의 안내를 받으며 서해수호관에서 출발해 참-357정(참수리 357호), 천안함기념관, 천안함 순으로 관람할 수 있다. 서해수호관은 군사시설에 자리하고 있어 최소 3일 전에는 견학 신청을 해야 한다.

“서해수호관에선 전사한 장병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있습니다. 보이는 건물은 파도를 형상화한 것으로 거친 파도에도 조국을 수호하는 해군을 상징합니다.”

해설을 맡은 김지원 중위가 서해수호관을 소개하며 견학이 시작됐다. 서해수호관 앞에는 거대한 배 한척이 있는데, 이는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침몰한 참-357정이다. 함정에 남아있는 무수한 포탄 자국은 치열했던 해전을 짐작하게 한다.

서해수호관에선 제1연평해전, 제2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전으로 전사한 호국 영웅과 그 유족들의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일례로 3㎏ 정도의 총알이 담긴 저울을 형상화한 최지인 작가의 작품 ‘3㎏’은 고 박동혁 병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제2연평해전에서 부상을 당해 83일 동안 병상에 있다가 숨을 거뒀는데, 화장하니 포탄 파편과 총알이 무려 3㎏이나 나왔다고 한다. 박 병장 어머니인 이경진씨의 편지에 그 비참하던 순간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평택 현화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서해수호관에서 현장학습을 하고 있다. 평택=백승철 프리랜서 기자

“소장은 일곱군데 꿰매고 배는 오픈시켜 반창고로 붙여놨는데 허리는 끊어졌고 왼쪽 척추는 큰 파편과 화상으로 인해서 푹 팬 데다 그 밑에 인공 항문을 달아놓고. 오른쪽 다리는 신경이 다쳤는지 감각도 없고 여기저기 파편 쪼가리가 100개가 더 있다고 하더라. (하략)”

이밖에 갑판병 권기형 상병이 손가락을 잃으면서도 쐈던 케이(K)-2, 천안함을 침몰하게 한 어뢰(CHT-02D)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남 이야기 보듯 읽었던 역사책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겪은 것 같은 고통과 슬픔이 생생하게 전시돼 있다.

서해수호관을 견학온 평택시 안중읍 현화초등학교 6학년 김준희군(13)은 “전사한 장병들을 생각하니 슬프고 군인들과 함대가 우리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천안함은 서해수호관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1200t급 거대한 초계함(정찰하는 함정)인 천안함은 처참하게 반으로 갈라져 있다. 김 중위의 해설에 따르면 이러한 육중한 배가 두 동강 날 수 있는 것은 ‘버블제트’ 때문이란다. 어뢰가 수중에서 폭발하면 강력한 충격파로 버블(거품)이 만들어지는데 이 버블이 군함에 엄청난 힘을 가해 균열이 생기고 두 조각으로 갈라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천안함의 두 동강 난 모습은 갈라진 남북의 현실과 닮아 있다.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장병 46명이 전사했다.

호국보훈의 달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평화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을 잠시나마 기억하는 시간이다. “기억이 없어지는 게 두렵다. 함께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자주 하던 말, 습관과 버릇, 서로 나눴던 농담이 조금씩 잊히는 게 싫다. 그래서 하루에 한번 이상 꼭 천안함을 생각한다.” 천안함기념관에 새겨진 생존자 전준영씨의 말이 와닿는다. 가까운 호국보훈 명소에서 나라를 지킨 장병들을 생각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뜻을 기리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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