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eview] 은퇴 앞둔 크로스vs팀 떠나는 로이스, ‘UCL 우승→낭만 이별’ 주인공은 크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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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축구 천재들의 마지막 ‘별들의 전쟁’, 토니 크로스와 마르코 로이스가 엇갈린 운명을 맞이했다. 라스트 댄스의 주인공은 ‘교수님’ 크로스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2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2-0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레알은 UCL 통산 15번째 우승이라는 전례없는 대기록을 세웠고, 크로스는 개인 통산 6번째 빅이어를 들어 올리며 레알과의 동행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는 특히 주목해야 될 포인트가 있었다. 독일 출신의 두 ‘리빙 레전드’의 '라스트 댄스'가 펼쳐졌기 때문. 팀을 떠나는 로이스, 은퇴를 앞둔 크로스의 클럽 마지막 경기라는 의미에서 큰 관심이 쏠렸다. 양 팀은 각 팀 레전드에게 승리를 안기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축제였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레니 크라비츠’의 오프닝 세리머니로 축제의 막을 열었다. 이어 양 팀의 레전드 선수가 등장했다. 1997년 도르트문트 UCL 우승의 주역 리들레, 레알의 UCL 3연패를 이끈 지단. 두 팀을 상징했던 선수가 빅이어를 들고 나오며 경기는 시작됐다. 도르트문트의 전 감독, 위르겐 클롭도 모습을 비췄다.
우승팀 레알은 4-3-1-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카르바할, 뤼디거, 나초, 멘디, 발베르데, 카마빙가, 크로스, 벨링엄, 호드리구, 비니시우스가 선발 출격했다. 골키퍼 장갑은 쿠르투아가 꼈다.
이에 맞선 도르트문트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슐로터벡, 산초, 퓔크루크, 후멜스, 브란트, 자비처, 마트센, 엠레 잔, 리에르손, 아데예미가 선발로 나섰다. 골문은 코벨이 지켰다. ‘낭만’ 로이스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두 선수는 각각 선발과 벤치로 엇갈렸다.
레알은 도르트문트의 역습에 고전했다. 전반 21분 훔멜스의 뒷공간 침투패스를 이어받은 아데예미가 쿠르투아를 제쳤지만, 수비수 태클에 걸려 골로 연결짓지 못했다. 이어 전반 23분 마트센의 문전 패스를 퓔크루크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오른쪽 골대에 맞고 빗나갔다. 전반 28분 아데예미의 빠른 왼발 슈팅이 쿠르투아의 선방에 막혔다. 세컨볼을 퓔크루크가 이어갔지만, 레알의 골망을 흔들진 못했다.
전반은 계속 도르트문트가 주도했다. 전반 41분 자비처의 중거리 슈팅이 쿠르투아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44분에는 비니시우스의 역습 돌파가 홈멜스의 수비에 막혔다. 도르트문트의 골대 불운으로 양팀의 전반은 득점없이 마무리됐다.
레알이 팽팽하던 흐름을 깼다. 후반 27분 로이스가 교체 투입됐다. 그러나 바로 불운이 찾아왔다. 투입 2분 뒤, 후반 29분 크로스의 코너킥을 이어받은 카르바할이 헤더로 마무리하며 1-0 리드를 이끌었다. 이어 후반 38분 마트센의 패스 실수를 벨링엄이 가로채 왼쪽 패스를 건넸고, 이를 비니시우스가 왼발로 이어받아 쐐기골을 기록했다. 결국 경기는 2-0으로 종료되며 레알은 통산 15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언더독의 반란’으로 기대를 모은 도르트문트였으나, 결국 승자는 ‘챔스 DNA’를 지닌 레알이었다.
레알이 또 한번의 역사를 썼다. UCL 개편 이후, 결승전에서 단 한번도 지지 않은 저력을 이어갔다. 1950년대에 전무후무한 5연패를 달성했고, 현대축구 그 어떤 팀도 이뤄내지 못한 3연패(2015-16, 2016-17, 2017-18시즌)를 달성한 바 있다. UCL 최다 우승팀(14회)이었던 레알은 이날 승리로 통산 15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2021-22시즌 UCL 우승 이후 2년 만의 정상 탈환이다.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에 4강에서 패하며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레알은 한 시즌 만에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강력한 '챔스 DNA'가 존재했다. 레알은 올 시즌 치른 UCL 13경기에서 9승 4무 28득점 15실점을 기록하며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최근 10년간 무려 6차례 정상에 올라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각기 다른 팀에서 무려 7번이나 UCL 결승에 진출, 5번 우승을 거머쥐었다.
역시 DNA는 속일 수 없었다. 레알과 크로스는 이날 승리로 클럽 통산 15번째 우승, 개인 통산 6번째 UCL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영예를 함께 안았다. 크로스는 개인 통산 6회 우승을 차지하며 루카 모드리치, 나초, 헨토와 UCL 최다 우승 선수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날 크로스는 경기 MOM으로 선정됐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86분을 소화한 크로스는 볼 터치 108회, 슈팅 정확도 100%(2회 중 2회 성공), 패스 성공률 97%(94회 중 91회 성공), 기회 창출 4회, 태클 성공 1회, 볼 리커버리 5회를 기록하며 팀의 중원 사령관 임무를 다했다.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후반 프리킥 상황에서 날카로운 킥을 선보였고, 결국 코너킥에서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 크로스는 후반 40분 모드리치와 교체 아웃되며 레알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를 아름답게 마쳤다. 팬들은 크로스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 갈채와 환호를 보냈다.
크로스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다. 경기력이 저하되기 전, 30대 중반에 축구화를 벗겠다는 오랜 약속을 지켰다. 공식 은퇴는 독일에서 열리는 유로 2024 이후로 예정되어 있지만, 레알에서의 마지막 경기는 UCL 결승전이었다.
레알에 ‘교수님’ 크로스가 있다면, 도르트문트엔 ‘로맨티스트’ 로이스가 있었다. 27일(한국시간) UEFA는 로이스의 말을 전했다. 그 역시 이번 시즌 종료 후 도르트문트를 떠난다. 로이스는 "도르트문트는 내게 모든 걸 의미한다. 한 구단에서 12년을 뛰기 위해선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명성과 돈을 이유로 남는 것이 아니다. 편안하고 좋은 환경, 좋은 동료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UCL 결승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단판 승부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다"고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도르트문트는 1996-97시즌 이후 27년만의 UCL 우승을 노렸다. 11년 전, 유럽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던 로이스가 마지막 경기를 우승으로 장식한다면 아름다운 이별이 될 수 있었지만, 그의 클럽 마지막 여정은 아쉽게 마무리됐다. 라스트 댄스에서, 크로스만 웃었다. 비록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진 못했지만, 로이스의 헌신은 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았다.
시대를 함께 걸어왔다. 희비가 엇갈렸지만, 경기 종료 후 두 선수는 포옹과 함께 얼굴을 맞대며 서로가 걸어온 마지막을 축하했다. 각자 소속팀에서 공식전 400경기 이상을 소화한 ‘레전드’ 크로스와 로이스. 모두 소속팀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결승전에서 어시스트와 교체 투입 직후 실점. 엇갈린 운명을 맞이한 두 레전드였다. 꿈의 무대에서, 한 팀의 상징이었던 두 선수가 이날 경기를 끝으로 팀과 작별을 고했다.
글=‘IF 기자단’ 3기 문지혜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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