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종식’ 남아공 30년 집권당, 실업·빈부격차에 과반 실패

신기섭 기자 2024. 6. 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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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극악한 인종 차별(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을 내몰고 30년 동안 집권해온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총선에서 과반 획득에 실패했다.

헬렌 질레 민주동맹 연방평의회 의장은 지난 1일 각 주정부 등이 참여하는 '전면적 연정', 아프리카민족회의 단독 소수 정부 구성을 전제로 협력하는 것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당은 아프리카민족회의에서 떨어져 나온 정당들이며, 백인 소유 재산 몰수나 국유화 강화 등 급진적인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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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치러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에서 과반 획득 실패로 위기에 처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왼쪽). 소웨토/로이터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극악한 인종 차별(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을 내몰고 30년 동안 집권해온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총선에서 과반 획득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백인 지지세가 강한 제1야당과 손잡을 것이냐, 백인에 대한 강경 정책을 요구하는 정당들과 손을 잡을 것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의 총선 개표 중간 집계에 따르면 2일(현지시각) 오전 1시께 개표가 99.9% 진행된 가운데 아프리카민족회의가 40.19%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총선 득표율 57.5%보다 17%포인트 이상 적은 것이다.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은 21.80%를 득표했고,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이끄는 신생 정당 ‘움콘토 웨 시즈웨’(MK)는 14.58%로 3위였다. 제2야당이었던 강경 좌파 정당 경제자유전사(EFF)는 9.51%의 득표율로 4위다.

아프리카민족회의의 과반 획득 실패는 33%에 이르는 실업률과 극심한 빈부 격차에다가 물·전기 부족까지 겹치면서 민심을 잃은 탓으로 분석된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 사이가 나쁜 주마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등을 돌린 것이 특히 결정적이었다.

지난달 29일 실시된 이번 총선의 최종 결과는 2일 공식 발표될 것으로 예고됐으나, ‘움콘토 웨 시즈웨’에서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좀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궤데 만타셰 아프리카민족회의 의장이자 광물자원·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일 어떤 정당과 연정 구성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피한 채 “우리는 모든 사람 그리고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고만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여당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제1야당인 민주동맹과 제휴하는 것이다. 이 당은 더반 등 서부 지역을 강력한 지지 기반으로 하는 중도 우파 정당이다. 하지만 인종 차별을 자행한 과거 백인 정권에 뿌리를 두고 있어, 많은 흑인으로부터 여전히 불신을 받는다.

민주동맹은 여당이 움콘토 웨 시즈웨, 경제자유전사와 연합하는 것을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어 여당에 협력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헬렌 질레 민주동맹 연방평의회 의장은 지난 1일 각 주정부 등이 참여하는 ‘전면적 연정’, 아프리카민족회의 단독 소수 정부 구성을 전제로 협력하는 것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이 주마 전 대통령 쪽이나 경제자유전사와 제휴하는 방안도 쉽지만은 않다. 주마 전 대통령은 협력의 전제 조건으로 라마포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줄리어스 말레마 경제자유전사 대표는 주마 전 대통령과의 협력 의사를 밝혔다. 두 당은 아프리카민족회의에서 떨어져 나온 정당들이며, 백인 소유 재산 몰수나 국유화 강화 등 급진적인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남아공 의회는 총선 결과가 공식 발표된 때로부터 14일 안에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2주 동안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갖가지 연정 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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