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화목한 가족사 이면의 수많은 균열…'백년해로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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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 대학교수이자 작가인 주인공 주현은 아빠의 부탁으로 큰 아버지 며느리인 '바닷마을 언니'를 만나게 된다.
사실 큰아버지네와는 틀어진 사이다.
어릴 적 큰아버지 집에 얹혀살던 시절 목격한 세세한 기억을 단편 '백년해로'로 쓰면서다.
큰아버지는 새장가를 가기 위해 아들만 남기고 두 딸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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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 백년해로외전 = 박민정 지음.
초임 대학교수이자 작가인 주인공 주현은 아빠의 부탁으로 큰 아버지 며느리인 '바닷마을 언니'를 만나게 된다. 사실 큰아버지네와는 틀어진 사이다. 어릴 적 큰아버지 집에 얹혀살던 시절 목격한 세세한 기억을 단편 '백년해로'로 쓰면서다.
큰아버지는 새장가를 가기 위해 아들만 남기고 두 딸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할머니는 미혼모인 작은고모와 그의 딸을 노골적으로 미워했다. 큰고모는 함부로 모진 말을 내뱉었다.
주현은 결혼 이주 여성인 '바닷마을 언니'와 그의 딸 수아를 만나면서 과거의 기억을 마주하고 현재를 반추한다.
소설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의 다층적 서사 속 수많은 균열을 보여주는 한편, 주현이 몸담은 교수 사회의 불편한 이면을 또 다른 축으로 전개한다.
이를 통해 여성에게 가혹했던 가부장제, 다문화 가정, 해외 입양 등 우리 사회의 치명적인 틈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본편에서 빠진 부분인 '외전'(外傳)이란 제목처럼, 가족 역사 이면의 이야기로 백년해로의 환상을 벗겨낸다.
젊은작가상 대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받은 작가가 '미스 플라이트'(2018)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두 번째 장편이다.
박민정은 '작가의 말'에서 "내가 1980년대의 그 어른들을 다소 닮아버렸다고 해서 이대로 주저앉지만은 않으려고 한다"며 "나는 다시, 그래도 조금은 제대로 살아보기 위해서 이렇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316쪽.
▲ 우리 패거리 =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1913~1994)은 필립 로스(1933~2018)의 정치 풍자 소설 '우리 패거리'가 출간되자 당시 비서실장에게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비난을 쏟아냈다. "필립 로스는 끔찍한 도덕적 XXX야". 닉슨이 이 책에 관해 발끈한 녹취록이 공개되며 소설은 더욱 화제가 됐다.
반세기 전 현직 대통령을 풍자하고 조롱한 이 소설은 1971년 낙태에 반대하는 닉슨의 실제 연설을 모티프로 삼았다.
소설은 트릭 E. 딕슨이란 가상의 대통령을 내세워 그가 재선을 위해 펼치는 온갖 만행과 정치적 공작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냈다. 딕슨은 보수파 진영의 표를 끌어모으고자 낙태를 '인구 통제 수단'으로 규정하고 기자회견에서 태아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다. "비록 세포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들 역시 권리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중략) 그 권리를 위해 싸울 겁니다."
국민적인 반감이 거세지며 정부를 향한 소요 사태가 발생하고, 딕슨은 대국민 연설에서 테러의 주동자로 야구 선수를 지목한다. 자기 과시적이고 무능한 대통령, 과잉 충성하는 장관들의 대화에 헛웃음이 난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로스의 초기작으로 희곡과 대통령의 연설문, 대화록을 넘나들며 전개된다.
비체. 252쪽.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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