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었는데 더 시원하다"…'냉감소재'의 원리

김지우 2024. 6. 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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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다양해진 냉감소재 의류들
라벨엔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 소재 비슷
'기술력' 차이…신소재 연구개발도 관건
/ 그래픽=비즈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어느덧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소재의 옷을 찾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과거 단순히 가벼운 소재로 여름을 나던 시절에서 벗어나 이젠 첨단 기술이 접목한 쿨링 원단 의류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탓에 이상기후가 우려를 넘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자 냉감 소재 의류를 통해 더위를 덜고자 하는 이들도 늘었습니다.

실제로 시장 규모도 커졌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냉감 소재 시장 규모는 2020년 19억9000만 달러(약 2조6400억원)에서 2021년 23억 5000만 달러(약 3조2206억원)로 커졌습니다. 오는 2025년에는 34억4000만 달러(4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냉감소재를 적용한 아이템도 다양해졌습니다. 언더웨어(속옷)부터 바지, 티셔츠에 냉감소재를 적용하고 디자인 등을 차별화해 내놓는 추세입니다. 옷을 입었는데 오히려 시원해진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도대체 더위를 식혀준다는 냉감의류는 어떤 원리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냉감소재 의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뭐가 다른 건지

패션 브랜드들은 다양한 표현으로 자사 냉감제품의 차별성을 홍보합니다. 하지만 냉감제품들의 라벨에서 소재를 보면 대부분 공통적으로 나일론, 폴리우레탄, 폴리에스테르(폴리에스터) 등이 기재돼 있습니다.

대표적인 냉감제품인 유니클로의 '에어리즘'은 나일론 86%에 폴리우레탄 14%로 구성됐고요. F&F 디스커버리의 '프레시벤트 티셔츠' 역시 나일론 85%, 폴리우레탄 15%로 이뤄져 있습니다. 블랙야크의 '아이스 프레시'와 네파의 '프레도 폴로 티셔츠'는 겉감 폴리에스터 100%입니다.

배우 고윤정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프레시벤트 컬렉션을 착용한 모습 / 사진=F&F

소재들의 특성을 살펴볼까요. 나일론은 1935년 최초 생산된 합성섬유인데요. 가벼우면서도 탈수가 빠르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폴리우레탄은 신축성과 탄력성이 있는 의류에 사용됩니다. 열 전도율이 낮은 원단 소재라 운동복에 주로 적용합니다. 

폴리에스터(폴리에스테르) 역시 탄성이 좋고 건조가 빠른 기능성 의류에 많이 쓰이는 소재입니다. 가성비가 좋다보니 대량생산 시 자주 쓰인다고 합니다. 다만 수분을 흡수하지 못해 다른 소재와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폴리에틸렌은 접촉 냉감성 소재로서 몸의 열을 빠르게 흡수하는데요. 단점이 있다면 원단 가격이 비싸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폴리에틸렌 소재 함유가 높을수록 원간 가격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폴리에틸렌은 섬유 외에도 배수관, 식품용기 등에도 쓰입니다.

신소재 '차별화'

이처럼 냉감소재 구성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결국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선 기술력과 신소재 개발이 관건입니다. 냉감소재 관련 특허 출원이 끊임 없이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원사 응용기술 활용 방법과 후가공을 통한 냉감을 주는 등의 방식에 따라 착용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각 브랜드들은 기술력을 입힌 냉감 컬렉션을 구축하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블랙야크는 '아이스 써클' 라인에 대해 원단 표면에 있는 미세한 에어 홀(구멍)을 적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시원한 공기의 순환을 유도하는 ‘에어 서큘레이션’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설명인데요. 뜨거운 체열이 옷 안에 오래 머무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입니다. 원단 안쪽에는 상변환물질(PCM)을 프린트로 적용해 피부에 닿자마자 열을 빼앗는 흡열 원리를 적용했다고 합니다. 

블랙야크 모델인 배우 손석구가 '아이스 프레시'를 착용한 모습 / 사진=블랙야크

네파는 폴로셔츠에 냉감기능을 더한 프레도를 출시했는데요. 차세대 냉감소재인 '우븐'을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또 기능성 원사인 '트라이자 칠'을 내세웁니다. 미세한 구멍으로 이뤄진 에어닷 벤틸레이션 소재로 몸에서 발생하는 열기와 습기를 즉각적으로 환기시킨다는 설명입니다.

노스페이스도 냉감 우븐 원단과 신축성이 우수한 잠재권축사 니트 원단을 적용한 제품을 내놨습니다. 아이더는 '아이스 원사(Kineti Cool)'를 적용해 지속적인 쿨링감을 준다는 청바지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K2도 초냉감 나일론 원사에 우븐 소재를 적용했다고 하네요. 

코오롱인더스트리FnC가 운영하는 '볼디스트'는 냉감기능성 포르페 소재를 적용한 상품을 주력으로 합니다. 포르페는 코오롱FnC가 자체 개발한 고밀도 폴리에틸렌 섬유로 만든 신소재입니다. 냉감 기능성 의류로 유명한 유니클로의 '에어리즘'의 경우 라벨을 모두 제거한 심리스 디자인에 실크 7%를 함유한 부드러운 감촉의 신소재를 자랑합니다.

원리가 뭘까?

냉감소재들이 시원함을 주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산업통상자원부, 학계, 산업계에 따르면 냉감섬유 제조기술 종류는 △접촉 냉감 △흡습속건 △열 흡수성 냉감 등이 있습니다. 의류 제조사들은 이런 기술을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여러 기능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냉감제품을 생산합니다. 

'접촉냉감'은 열을 피부에서 옷감으로 이동해 표면 온도를 낮추는 원리입니다. 열 전도성이 높은 물질을 가공해 만드는데요. 사람이 소재를 만졌을 때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은 열 전도 현상에 의한 겁니다. 열 에너지는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는데요. 열 전도성이 높다는 건 에너지가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말합니다.

'흡습 속건'이란 섬유구멍 속 땀을 외부로 배출시키는 원리를 말합니다. 블랙야크, 디스커버리, K2, 아이더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주로 적용해 온 원리입니다. 마지막으로 '열 흡수성 냉감소재'는 주위의 열을 흡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액체가 증발하면서 기체로 변하는 원리입니다. 땀이 마르면서 기체로 변하면 소재가 열을 흡수해 시원함을 느끼게 됩니다.

볼디스트 포르페 쿨아머 티셔츠를 착용한 모습 / 사진=코오롱FnC

그렇다면 냉감의류를 통해 얼마나 시원해지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접촉냉감성의 경우 '접촉냉감도평가치(Q-Max)'를 사용합니다. Q-Max는 열의 이동량을 수치화한 것인데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Q-Max 수치가 높을수록 냉감성이 우수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기능성 냉감소재를 적용해 시원함을 준다'는 광고 문구가 상술에 불과하다고 여겨왔는데요. 의류제조사들이 소재 연구개발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과 연구원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그동안의 이런 생각이 오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냉감소재 의류 착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날씨에 조금이나마 시원함을 더해주기 때문이죠. 더불어 기후변화는 섬유·의류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날씨가 예년과 크게 달라져서 시즌 재고가 남을 경우, 의류제조사들은 재무적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득 '냉감의류를 착용하면 조금이나마 에너지 절약이 가능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냉감패션 소비도 늘었다고 하네요. 이번 여름 냉감소재 제품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시원한 여름 나시기를 기원합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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