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리그 출신 日 투수, 이름처럼 화끈한 K쇼! '8연패 뒤 3연승' SSG의 활력소 될까

[스타뉴스 | 고척=김동윤 기자]

SSG 시라카와 케이쇼(왼쪽)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키움과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이닝을 마치고 이지영과 함께 내려오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내 이름은 시라카와 케이쇼다. 이름이 케이(K)쇼인 만큼 삼진 쇼를 보여주겠다."

과연 이름에 걸맞은 피칭이었다. SSG 랜더스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가 한국에 첫발을 디딘 날의 포부처럼 화끈한 삼진 쇼로 KBO 리그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시라카와는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5이닝 3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SSG의 9-0 대승을 이끌었다.

기대 이상의 피칭이었다. 시라카와는 1회에만 볼넷 3개를 내주며 2사 1, 2루 위기에 놓이더니 송성문에게 포크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 한국에서의 첫 삼진을 잡았다. 어렵게 1회를 끝내고 2회에도 김웅빈, 김건희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이재상을 자신의 주 무기인 직구와 포크를 활용해 3구 삼진을 잡아냈다. 이어진 볼넷으로 인한 만루 위기에도 포크로 로니 도슨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마쳤다.

이때까지 중계화면에 잡힌 시라카와는 낯선 환경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동료들에게 마운드를 내려가고 올라가는 걸 확인받는가 하면 포수 이지영과 소통에서도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 SSG 선수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3회부터는 자신감을 갖고 삼진 쇼를 펼쳤다. 키움 중심 타선을 상대하면서도 이주형과 최주환에게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고, 4회에는 김건희에게 직구 스트라이크 3개를 끌어냈다. 5회에도 시속 149㎞의 빠른 공으로 김혜성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 이닝을 끝내면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SSG 시라카와 케이쇼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키움과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화끈한 타선은 데뷔전으로 긴장한 어린 투수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했다. 중심 타자 최정이 1회 좌월 투런포, 5회 좌월 3점포 포함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2득점으로 대승에 앞장섰다. 최정은 이날만 5타점과 2득점을 올리며 개인 통산 1500타점과 1400득점을 달성했다. 이미 2023년 9월 6일 대전 한화전에서 1356득점으로 KBO 리그 통산 최다 득점 신기록을 달성한 바 있는 최정은 리그 최초로 1500득점 고지에 올랐다.

타점 역시 최형우(KIA)의 1588타점 다음으로 KBO 리그 역대 두 번째 기록으로 우타자로서는 최초 기록이다. 또한 만 37세 3개월 4일만으로 종전 기록인 최형우의 만 39세 6개월 4일을 앞당기며 최연소 1500타점 달성자가 됐다.

8연패로 허덕이던 SSG는 이날 9-0 영봉승으로 3연승을 내달리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SSG 관계자에 따르면 KBO 리그에서 일본 국적 선수의 데뷔전 선발승은 시라카와가 역대 최초이며, 일본 국적 선수의 마지막 선발승은 2011년 6월 11일 목동 넥센전의 카도쿠라 켄(당시 삼성) 이후 4739일 만이었다.

연패 기간 SSG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코치진을 개편하는가 하면 퓨처스리그에서 가장 활약이 좋은 선수를 콜업하거나 타순을 바꾸는 등 과감하게 시도했다. 그러나 좀처럼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안 될 때는 뭐든 되지 않는 법이고, 그 변화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였다는 점에서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SSG 시라카와 케이쇼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키움과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더그아웃에 들어와 미소 짓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그런 의미에서 로버트 더거를 교체하고 데려온 드류 앤더슨과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시라카와는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선발 투수로서 앤더슨은 최고 156㎞의 빠른 공, 시라카와는 일본인 투수 특유의 포크를 주 무기로 생소함을 더해 SSG가 리드를 가져가는 데 용이하게 한다.

실제로 앤더슨은 KBO 리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최고 시속 156.6㎞의 빠른 공으로 지난달 30일 인천 LG전을 6이닝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2실점 호투로 팀의 8연패를 끊었다. 시라카와 역시 SSG 내부에서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은 시속 150㎞의 빠른 공과 낙차 큰 포크의 조합으로 연승을 이어갔다.

SSG 관계자에 따르면 시라카와는 "이름이 케이(K)쇼인 만큼 삼진쇼를 보여주겠다"는 말을 직접 준비할 만큼 당찬 성격을 지녔다. 올해 KBO 리그에 새롭게 도입된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 제도에 따라 시라카와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단 6주다. 재활 선수 명단에 등록된 외국인 선수가 돌아올 때 구단은 두 선수 중에 더 나은 선수를 선택할 수 있다.

KBO 리그 최초 대체 외국인 선수라는 타이틀을 단 시라카와가 그 6주 동안 SSG의 분위기와 본인의 입지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