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지 마라, 보고 있다’…CCTV·메신저 ‘감시 갑질’ 곳곳에

직장갑질119, 제보 공개…“근로기준법 개정해 막아야”

게티이미지뱅크

‘개통령’ 강형욱씨가 운영하던 회사 ‘보듬컴퍼니’에서 폐회로텔레비전(CCTV)과 업무용 메신저를 이용해 직원들을 사찰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로 적잖은 직장인들이 이런 식으로 ‘감시 갑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는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업무 공간에서 이뤄지는 감시로 고통받는 직장인 상담이 모두 40건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주로 사용자가 시시티브이를 이용해 직원을 감시하거나 직원의 메신저와 전자우편을 사찰하는 내용이 많았다.

가장 보편적인 형태가 시시티브이 감시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비공개된 장소에 시시티브이를 설치하려면 그곳을 드나드는 노동자에게 사전에 설치 목적을 설명하고 전체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사용자는 동의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과 동의 거부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한 처우는 무엇인지도 노동자에게 알려야 한다. 시시티브이에 녹음 기능은 쓸 수 없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한 식당 노동자는 오전 근무 뒤 쉬는 시간에 식당 의자에 앉아 쉬는데 사장이 직원 단톡방에 “손님이 전부 나간 게 아닌데 그렇게 앉아 있으면 안 된다. 시시티브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제보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은 “시시티브이를 통해 일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을 지나치게 감시하는 것”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본다.

회사가 직원한테 사내 메신저나 전자우편 계정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이를 들여다보고 불이익을 주는 감시 갑질도 적잖다. “회사에서 사전 동의 없이 직원들의 사내 메신저 내용을 전부 확인하고, 회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내용의 메시지가 있는 직원들을 아무런 사전 조치 없이 퇴사시켰다”는 제보도 직장갑질119에 접수됐다.

직장갑질119는 일터에서 이뤄지는 사용자의 감시·사찰에 대한 규율을 ‘근로기준법’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이런 규율이 개인정보보호법, 통신비밀 보호법 등으로만 이뤄지는 탓에, 불평등한 관계에서 근로계약을 맺어야 하는 노동 현장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 단체의 김하나 변호사는 “시시티브이, 사내 전산 업무 프로그램 등이 당초 목적과 달리 감시 수단으로 사용되고 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가 늘고, 피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노동부에 문제를 제기해도 별도 제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다수”라며 “노동 감시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돼야 하고, 관련 교육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