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투세, 시장 영향 검토 필요… 투자자 심리 고민해야"

김동필 기자 2024. 6. 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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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거 금투세 도입이 결정된 당시와 비교할 때 많은 변화를 겪은 만큼 투자상품에 대한 특성이나, 투자자들의 심리적 동기 등에 대한 고려가 확실하게 이뤄졌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오늘(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달 31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와 금융조세 분야 학계 전문가를 초정해 금투세 관련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금투세 논의가 다시 올라와 있고 금감원도 그에 대한 여러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라고 운을 뗀 이 원장은 "금투세 취지나, 내용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필요성이나 적정성을 지적하고 있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금감원 차원에서 쟁점을 명확히 하고,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습니다.

"투자자 영향 분석 선행돼야…단기 매매 촉발 가능성"
금감원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서 시장전문가들과 학계는 과세대상과 규모와 관련해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뿐 아니라 기본공제 한도가 낮은 채권투자도 크게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과세대상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라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시됐습니다.

자본시장과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투자자가 느끼는 심리적 영향 등 정성적인 부분도 고려할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투자자는 미래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것인데, 세후 기대수익률 감소는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잠재투자자의 참여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원장은 "성장주 등 위험을 감수해서 얻은 100만 원과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해서 얻은 100만 원의 가치를 똑같이 볼 수 있느냐도 쟁점"이라면서 "똑같이 금투세를 부과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위험자본에 대한 투자보다는 회수가 확실시되는 것들에 대한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간담회에서는 "자본시장에서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더욱 영향이 클 것"이며 "과세 회피를 위한 이익 실현 수요는 자본시장의 우상향을 제한하고 단기매매와 변동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라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이 원장은 "주식시장 참여자 숫자도 늘었지만, 채권과 같은 투자상품도 늘었기에 과세 대상이 누가 되느냐도 쟁점이지만, 과세로 인한 심리적 요인도 중요하다"라면서 "예를 들어 5천만 원 공제에서 한계에 도달하면 투자자들은 손실합산을 통해 과세 대상이 되는 걸 피하는 등의 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금투세가 시행되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손익청산을 위해 펀드를 만기 또는 장기간 보유하기 보단 단기간에 처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매매를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이 크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문제제기"라고 부연했습니다.

"사모펀드 특혜·불합리, 의견 나뉘어…단계적으로 정리해야"
금투세 도입 취지와 관련해서는 "기존 금융상품 과세체계를 합리화한 만큼 장기적으로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부양가족 인적공제 산정 문제나 펀드 분배금의 배당소득 과세로 인해 사모펀드 투자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 등은 불합리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시장전문가의 의견과 달리 금투세가 사모펀드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일부 개인 투자자의 주장도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기존 최고 세율이 49.5%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27.5%로 낮아져 유리하다는 지적입니다. 

관련 지난달 30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연 '금투세 폐지' 촉구 촛불집회에서도 정의정 대표도 "금투세 시행으로 사모펀드에 가입한 부자 세금을 깎아주면 최소한 10조 원 이상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사모펀드쪽 의견은 물론 중간에 환매하면, 금융투자소득으로 금투세율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모펀드의 근간인 이익배당의 경우 배당소득으로 인정돼 소득세 최고세율 49.5%로 과세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라면서 "권위 있는 당국의 해석에 의해 확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고민은 단계적으로 정리해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원천징수 우려 쇄도…증권사별 시스템 구축도 혼란"

원천징수 등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업계 내에서도 회사별로 전산시스템 준비 상황이 다르고 자금 여력과 인적 자원에도 차이가 있어 실제 시행시 현장 혼란이 클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 원장은 "금투세와 관련된 시스템을 준비한 대형 증권사도 있지만, 이제 준비해야 하는 곳도 있다"라면서 "원천징수 등을 위한 시스템을 준비하려면 몇백억을 넘어 몇천억이 훨씬 넘는 큰 돈이 추가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내년 초 도입에 맞춰 시스템을 준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납세 용이성을 위해 대형 증권사로 거래를 집중시킬 수도 있어 소형 증권사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측면도 있다는 주장도 제시됐습니다.

"시간벌기 위한 유예 아닌 생산적 논의 필요…시장 예측토록 방향 제시해야"
과거 '유예는 비겁한 결정'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앞서 그는 지난 4월 25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투세 유예는 과하게 얘기하면 비겁한 결정"이라며 "지금 밸류업이 현안일 때 배당 등 자본소득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원장은 관련 질의에 대해 "20년에 유예를 했을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고민하고, 또 보완점을 마련하는 등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라면서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해 유예를 하는 것보다는 유예를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거나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등 시장이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대답했습니다.

상속세 등 상법 개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이 원장은 "시장 혼란을 위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와 얘기는 계속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이라면서도 "다만 정부 내에서 입장이 정리되거나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의 일관성에 비춰볼 때 독단적으로 활동하는 게 적절한 지는 조심스러운 부문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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