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제조용 제어시스템 입찰 담합 무더기 적발

공정위, 13개 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04억 5900만 원 부과
과거 협력사로 수의계약…2015년 원가절감 위해 경쟁입찰 실시하자 담합 모의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경쟁력 약화 초래 근절"

박종민 기자

삼성전자 위탁으로 삼성에스디에스가 발주한 '반도체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 입찰 담합과 관련해 13개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들 업체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총 334건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 등을 담합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04억 5900만 원을 물게 됐다.

2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담합에 참여한 업체들은 반도체 제조용 기계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피에스이엔지(대안씨앤아이) △두타아이티 △메카테크놀러지 △아인스텍 △창공에프에이 △창성에이스산업 △코리아데이타코퍼레이션 △타스코 △파워텔레콤 △한텍 △한화컨버전스 △협성기전 등 삼성에스디에스의 12개 협력사다.

이 중 피에스이엔지는 지난해 11월 이 사건 관련 사업부문을 대안씨앤아이에 분할합병하고 폐업했다. 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대안씨앤아이도 포함해 총 13개 사가 제재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사건의 발단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삼성에스디에스는 제어감시시스템 조달을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발주, 해당 12개사와 협력해 왔다. 그러다 원가절감을 위해 실질적인 경쟁입찰로 변경하자, 업체들이 저가수주를 막고 새로운 경쟁사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담합을 모의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12개사는 각 사가 기존에 수의계약으로 수주받던 품목을 계속 낙찰받도록 하고, 다른 품목 입찰 땐 들러리로 참여했다. 각 품목별 낙찰예정자가 입찰 공고 후 이메일과 카카오톡 등을 통해 들러리사에 투찰가격과 견적서를 전달하면, 들러리사는 전달받은 가격에 투찰한 식이다.  
반도체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은 반도체 제조를 위한 최적 조건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는 △유독가스 누출 등을 감시하고 위험상황 발생 시 근로자들의 신속 대피를 돕는 SMCS(Specialty gas Monitoring & Control System) △화학물질 배출 장치를 감시 및 제어하는 PCS(Pump, Chiller, Scrubber Monitoring & Control System) △반도체 제조를 위한 최적 온도와 환경을 유지하는 FMCS(Facility Monitoring & Control System) 등이 포함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삼성전자는 각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어판넬 제작 △소프트웨어 개발 △정보통신 공사 일부를 삼성에스디에스에 위탁 발주하고 있다.

각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관리하는 비용은 반도체 제조원가에도 반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공정위는 홈페이지에 '민생 밀접분야 불공정행위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 담합 신고 시 제출된 증거 수준과 조치 결과에 따라 최대 30억 원의 신고 포상금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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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서윤 기자 sab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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