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 입찰 담합 업체들에 ‘과징금 104억’
반도체 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담합행위를 한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총 100억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입찰 담합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반도체 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 관련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를 받는 피에스이엔지 등 13개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04억5900만원을 부과했다고 2일 밝혔다. 제어감시시스템은 반도체 제조를 위한 공장 내 최적 조건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화학물질 배출 관리 및 유해가스 누출 감시, 전력 공급 등 역할을 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로부터 시스템 구축을 위탁받은 삼성에스디에스는 2015년 원가절감을 위해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던 제어감시시스템 조달방식을 경쟁입찰로 바꿨다. 이후 주로 최저가 낙찰제로 업체를 선정했다.
그러자 기존 제품·서비스 공급업체들은 조달방식 변경 후에도 각자 이전에 공급하던 품목을 계속해 낙찰받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서로 유선 연락·SNS 등을 통해 낙찰 예정자 및 입찰가격을 합의했다. 이어 낙찰예정자가 임의로 만든 입찰 견적서 내용대로 입찰에 참여했다.
업체들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까지 총 334건의 입찰에서 담합행위를 벌였다. 담합으로 발생한 매출액은 1879억2800만원에 달했다.
업체들은 제조설비에서 수신한 신호로 각종 기기를 제어하는 제어판넬, 시스템 구축·유지에 필요한 SMCS·PCS 공사, 제어감시 시스템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개발·개선 용역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담합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발주처의 담합 의심을 피하고자 일부 입찰에서는 기존에 수주받던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가 낙찰받도록 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이 저가 수주를 방지하고 새로운 경쟁사의 진입을 막기 위해 담합행위를 함으로써 공정거래법 40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로 근로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는 고질적 담합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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