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드러난게 2001년인데…실태 파악도 안 한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 파악 안된 상태서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운영 중
2000년대 초 드러난 '히키코모리'…20년 지났는데 현황 파악 안돼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여성가족부가 올해 고립·은둔 청소년에 대한 지원 예산으로 11억원을 배정하고 시범사업을 운영 중인 가운데, 이른바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뒤 20여년 동안 이렇다 할 실태조사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립·은둔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여가부는 내달 중순 고립·은둔청소년의 규모, 현황, 특성 등을 파악하는 실태조사를 준비 중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단위에서 실시되는 첫 조사이며, 그 결과는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다.
'고립·은둔 청소년'이란 지적장애나 정신질환이 없으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방이나 집 안에서 보내고 학업이나 취업활동을 하지 않는 9세에서 24세 연령의 청소년을 말한다. 보통 가족 이외의 사회적 접촉이 거의 없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고립·은둔 청소년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전국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및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종사자 중 고립·은둔 청소년 상담 경험이 있는 140명의 상담자를 상대로 실시한 기초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83.6%는 고립·은둔 청소년들이 우울을 호소했다고 보고했다. 70.7%는 불안, 64.3%는 광장·사회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응답 상담자의 75.7%는 '고립·은둔 청소년들이 방에서는 나가지만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13.6%만이 '혼자 하는 취미활동이나 최소한의 가족 모임 등을 할 때만 외출한다'고 전했다.
소위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가 국내에서 처음 관심을 받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이후 은둔 '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은 확대되고 있으나 고립·은둔 '청소년'의 경우 아직 공식적인 통계 자료조차 없다.
학계 및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소년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실태조사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청소년상담원은 지난해 발행한 '은둔청소년 발굴 및 지원방안'에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나타난 2005년 이후 20여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현재 국내에 이들의 현황을 살펴볼 만한 공식적인 통계는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고립·은둔 청소년에 대한 뒤늦은 관심이 아쉬운 건 고립·은둔 청소년이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소년상담원에 따르면, 2001년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와 강북삼성병원 등이 수행한 연구 결과에서 한국에도 일본의 히키코모리와 같은 은둔형 외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최초로 드러났다. 이 연구에서는 절반 이상의 은둔형 외톨이가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그 증상을 보였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 청소년상담원은 지난달 29일 발간한 '2024년 청소년상담 이슈페이퍼 2호'에서 "현재 청년실업, 고립 등 청년 연령에 초점을 두고 정책 지원이 추진되고 있지만 많은 연구에서 고립·은둔은 청소년기에 시작된다고 한다"며 "청소년 시기에 적절한 발달과업을 완수하지 못할 경우 성인기까지 고립·은둔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립·은둔을 초기 단계에 발견하고 예방적 개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청소년의 고립·은둔 현상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여가부는 우선 실태조사 전 고립·은둔 청소년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시범사업을 올해 3월부터 운영 중이다.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에 새롭게 11억원이 편성됐고 위기청소년 특별지원 확대에는 지난해 대비 7억원이 증가한 43억원이 편성됐다.
전국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12곳을 중심으로 고립·은둔 수준 진단부터 상담, 치유, 학습, 가족관계 회복에 이르는 과정을 지원한다.
다만 시범사업인 만큼,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시범사업이 실시되지 않는 지역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기존 청소년안전망을 통해 심리·정서 상담 중심으로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
여가부는 2023년 통계청 사회조사를 바탕으로 13~18세 청소년 약 270만명 중 14만명(5.2%)을 고립·은둔 청소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학교 밖 청소년을 상대로 실시한 '2023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 10명 중 6명은 고등학교 시기에 학교를 떠났으며 이들의 6.4%는 반 년 이상 은둔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가부는 "다음 달 실시할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립·은둔 청소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어, 이 시험장 아니네" "수험표 없어요"…경찰이 해결사[2025수능]
- '마약 투약 의혹' 김나정 누구? 아나운서 출신 미스맥심 우승자
- "패도 돼?"…여대 학생회에 댓글 단 주짓수 선수 결국 사과
- 이시언 "박나래 만취해 상의 탈의…배꼽까지 보여"
- [단독]'김건희 친분' 명예훼손 소송 배우 이영애, 법원 화해 권고 거부
- "월급 갖다주며 평생 모은 4억, 주식으로 날린 아내…이혼해야 할까요"
- 배우 송재림, 오늘 발인…'해품달'·'우결' 남기고 영면
- '살해, 시신 훼손·유기' 軍장교,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성폭행범' 고영욱, 이상민 저격 "내 명의로 대출받고 연장 안돼서…"
- 최지혜 "3번째 남편과 이혼…남친과 4개월만 동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