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공정 관리시스템 입찰 ‘9년간 담합’ 무더기 적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 제어감시시스템 관련 입찰에서 약 9년간 담합을 벌여온 반도체 기계 제조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습니다.

공정위는 피에스이엔지 등 반도체 제조용 기계를 만드는 업체 13곳의 부당공동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104억 5천900만 원을 물리기로 했다고 오늘(2일) 밝혔습니다.

담합에 가담한 업체는 피에스이엔지㈜, ㈜두타아이티, 메카테크놀러지㈜, ㈜아인스텍, ㈜창공에프에이, ㈜창성에이스산업, 코리아데이타코퍼레이션㈜, 타스코㈜, ㈜파워텔레콤, 한텍㈜, 한화컨버전스㈜, ㈜협성기전 등 12곳입니다.

공정위는 또 담합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진 않았지만 2023년 피에스이엔지의 정보통신 사업 부문이 분할합병된 대안씨앤아이(주)에도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이들 업체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삼성SDS가 발주한 반도체 등 공정 ‘제어감시시스템’ 관련 입찰 334건에 참여하면서 낙찰받을 업체와 가격 등을 미리 짠 혐의를 받습니다.

반도체 공정 제어감시시스템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조건을 유지하고 직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을 말합니다. 가스 누출을 감시하거나, 화학물질이 배출되는지 확인하고,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온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공정위 조사에서 담합 업체들은 제어감시시스템의 종류에 따라 합의할 품목과 낙찰예정자 등을 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해가스 누출을 감시하고 대피를 돕는 시스템(SMCS) 공사 입찰에서는 2015년부터 2023년 1월 사이에 10개 업체가 피에스이엔지와 타스코를 번갈아 가며 낙찰예정자로 정해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배출하는 데 쓰이는 시스템(PCS) 공사 입찰에선 업체 4곳이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아인스텍을 낙찰 예정자로 짠 뒤 투찰 가격 등을 담합했습니다.

2016년 6월부터 2023년 1월까진 업체 10곳이 SMCS 제어판넬 입찰에 한텍을 낙찰 예정자로, 공장의 공기 순환을 돕는 시스템(FMCS) 제어판넬 입찰엔 메카테크놀러지를 낙찰 예정자로 미리 정하고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또 2016년 11월부터 2022년 10월 사이엔 업체 5곳이 SMCS와 FMCS의 소프트웨어 관련 입찰에서 메카테크놀러지가 낙찰되도록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공정위는 2015년부터 삼성SDS가 발주하는 제어감시시스템 입찰이 경쟁입찰로 바뀌면서, 이들 업체가 가격 경쟁을 줄이기 위해 담합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피에스이엔지와 대안씨앤아이에 24억여 원, 한텍과 타스코에 각각 20억여 원 등 업체 13곳에 과징금 총 104억 5천900만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공정위는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담합을 제재한 최초 사례”라면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고질적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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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dobby@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