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최초 수소연소엔진 상용화 눈앞"...HD현대 수소엔진 개발 현장 가봤더니[수소가 미래다]
버스·트럭·건설기계 등에 활용...유럽보다 1, 2년 앞서
"수소연소엔진에 대한 정부 규정 없어 사업화 애로"
최근 유럽·북미에서 수소연소엔진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덕근 HD현대인프라코어 팀장
5월 29일 인천시 동구 HD현대인프라코어 엔진 생산 공장. 연간 13만 개의 건설기계·선박·발전용 엔진을 생산하는 이곳의 연구동에 성인 남성 어깨 높이쯤 되는 크기의 11리터(L)급 수소연소엔진 'HX12' 두 대가 눈에 들어왔다. 이 엔진은 개발이 끝난 시제품으로 해외 협력사에 성능 테스트 등을 할 수 있게 보내려고 대기 중이었다.
유덕근 HD현대인프라코어 미래동력시스템개발팀장은 "수소연소엔진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사례가 없고 개발된 부품도 거의 없다 보니 새로 연구하고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엔진 개발 소식을 듣고 국내외 문의가 꽤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대형 기업보다 1, 2년 빠른 상용화 목표
수소연소엔진은 액화석유가스(LPG)나 압축천연가스(CNG)처럼 기체 형태의 수소를 산소와 섞어 연소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흔히 볼 수 있는 CNG 버스를 생각하면 쉬운데 내연기관과는 다르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전기 배터리와 비교해 간편하고 출력이 높다. 이 덕분에 장시간 운영이 필요한 대형 건설기계나 버스, 트럭 등에 안성맞춤이다. 수소연소엔진은 전기 배터리, 수소연료전지와 함께 탄소 중립 시대에 적합한 3대 파워트레인으로 꼽힌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국내에서 처음 수소연소엔진 시제품 개발을 끝냈고 4월부터 트럭에 이 엔진을 얹어 실증 테스트 중이다. 올해 말 버스, 2025년 건설기계를 대상으로 한 시험까지 마치면 내년 11월쯤 국내 최초 수소연소엔진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대체로 2027, 2028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유럽 대형 상용차 업체들보다 1년 정도 빠르게 파는 것도 가능해진다.
정욱 엔진개발부문 상무는 "유럽은 최근 전기 배터리차 위주로 짜였던 친환경차 규제 대상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내연기관차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경해 수소연소엔진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했다"며 "자동차나 소형 건설기계는 전기 배터리를 쓸 가능성이 높지만 대형 장비는 수소연소엔진이 현실적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관련 산업 육성 나서...한국 정부는 규정조차 없어
수소연소엔진 분야에서 HD현대인프라코어가 앞서갈 수 있는 이유는 이 회사가 이미 국내 최초 타이틀을 여럿 보유한 엔진 기술 업체이기 때문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1958년 국내에서 처음 디젤엔진 사업을 시작했고 1985년 독자기술로 디젤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1999년 CNG 버스 엔진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곳도 이 회사 엔진사업부였다. 이런 기술력 덕분에 농기계부터 1,500마력 군용 전차 엔진까지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보유하고 엔진 사업으로만 지난해 매출 1조1,616억 원을 올렸다.
이 회사의 다음 목표는 수소연소엔진 기술에 문을 열어주는 유럽과 미국의 선진 건설기계 시장을 뚫는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은 무공해차(ZEV) 관련 법을 개정하려 한다. 기존에는 ZEV를 배터리 전기차(BEV)와 수소연료전지차(FCEV)로 한정했는데 관련 규정을 바꿔 수소 연소 차량도 포함시키겠다는 것. 이는 수소연소엔진이 디젤 차량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99.9% 줄일 수 있는 친환경성을 갖췄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과 함께 유럽 내 자동차 산업 등 현실적 여건들이 고려됐다.
반면 국내는 수소연소엔진 관련 규정조차 없다. 1종 저공해차는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전기차와 태양광차, 수소전기차로만 한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처럼 탄소 배출 기준을 채워도 법에서 정한 친환경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업이 활성화될 수 없다. 또 이를 사려는 소비자도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유덕근 팀장은 "이미 만든 수소엔진은 무탄소 등 유럽의 환경 규제 기준에 모두 충족하는 수준"이라며 "그러면서도 성능은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에도 유럽·미국 등의 정책을 참고해 탄소 중립과 산업 발전이 함께 이뤄질 수 있게 여러 의견을 전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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