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감세' 대 야당 '특검'…정국 주도권 잡기 격돌
민주·혁신당, 특검 발의·장외 투쟁으로 총공세
[서울=뉴시스] 김지은 이승재 기자 = 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여야 간 정국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상속세 완화 등 세제 개편에 힘을 실으며 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감세 카드'를 들고 나왔다. 반면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등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장외 여론전까지 벌이며 윤석열 정부 실정에 대한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종부세 개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올해 세법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최근 워크숍에서 "종부세를 단순히 폐지할 수도 있고, 근본적으로 재산세와 통합하는 문제로 가야 해서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종부세와 관련한 과도한 세 부담에 관해서는 늘 개편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민주당이 (종부세 개편 논의에) 진정성이 있다면 겉과 속이 다른 논의로 가지 않기를 간절히 원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도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도한 세금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면서 여당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해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금투세의 경우 폐지하되 현행 주식 양도세 과세체계를 유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민의힘은 이를 22대 국회 1호 법안인 '5대 분야 패키지 법안'에 담고 최우선 입법과제로 정한 바 있다.
이외에 상속세 개편도 이번 정기 국회에서 다룬다는 방침이다.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변경하고 대주주의 할증세를 폐지하는 한편, 주요 선진국 사례를 감안해 상속세율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을 정부와 추가 협의하기로 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개편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있지만, 상임위원회에서 치열하게 논의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당정이 함께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여당은 1호 법안으로 국민 민생에 방점을 뒀고, 야당은 각종 특검법으로 정쟁과 보복을 내세웠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재발의한 채상병 특검법과 이성윤 민주당 의원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조국혁신당의 한동훈 특검법 등을 싸잡아 비판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특검공화국이 된 22대 국회, 그 어디에도 민생은 없다"며 "특검이 언제부터 야당의 정략적 이익을 위한 공세의 도구가 됐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들의 1호 법안의 면면이 참 한심하다. 국민 보기 부끄럽지 않나"라며 "방탄·정쟁·공세만이 가득해질 22대 국회가 두렵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첫날 해병대원(채상병) 특검법을 1호 당론 법안으로 제출한 데 이어 연이틀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법을 발의하며 강도 높은 대여 공세를 이어갔다.
채상병 특검의 수사대상은 채상병 순직 사건과 사건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기존의 내용에 더해 공수처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 등을 추가했고, 특검 추천 권한은 조국혁신당 등 비교섭단체까지 확대했다.
김 여사 특검은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뇌물 수수 사건 등 김 여사와 관련된 7개 의혹은 물론 공무원의 무마나 은폐 등 불법행위 의혹을 법안에 포함다. 반윤 검사였던 이성윤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최장 6개월 안에서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아 대대적인 수사도 예고했다.
22대 국회가 시작된 뒤 첫 주말인 전날에는 서울 도심에서 장외 집회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 관철을 위한 여론전을 벌였다.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통화로 수사 외압의 주범이 드러났다고 비판하며 대통령에 맞서 장외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조국혁신당도 전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수처 수사를 독려하면서 채상병 특검법을 별도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혁신당은 개원 첫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관 재직 시 비위 의혹과 자녀의 논문 대필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접수했다.
민주당은 세수 펑크에도 집권여당이 감세로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성 정책위의장은 "윤석열 정부가 부자 감세 시즌 2를 예고하고 있다"며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밝힌 최대 주주 할증평가 폐지, 상속세 추가 완화, 배당 소득 과세 완화 등의 정부 구상을 비판했다.
또 "20~30대 청년들 상위 20%와 하위 20%의 자산 비중이 서른 다섯 배 차이가 난다"며 "우리 기업들의 배당 소득, 0.1%의 상위 부자들이 50%를 가져간다"는 수치를 밝혔다.
진 의장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 데이트를 분석한 결과를 거론하며 "올 1분기 소득 장위 20% 가구가 매달 납부한 세금이 1년 전보다 10만 원 넘게 줄어든 반면 하위 80% 조세 부담은 대동소이 하거나 오히려 늘었다"고 지했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에 대비 조세 지출의 혜택에서 상위 20%의 고소득자는 23.2% 증가한 반면 중산층과 서민은 13.3%에 그쳤다.
이런 수치에 진 정책위의장은 "윤 정부가 출범한 이래 추진한 각종 세법 개정의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됐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윤 정권이 뒤로는 부유층의 세금을 깎아 주고 서민들의 물가와 고금리 고통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민생 경제 회복과 저출생 대응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역할이 지대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경제 실적은 '2년째 역대급 재정적자'라는 비판이 자자한 상태다. 상속세 완화는 재계의 꾸준한 요구 사항이지만 세제 개편이 되면 세수 감소가 된다. 실제 2022년 귀속 상속세수는 19조2603억원이다. 지난해 56조원의 '세수 펑크'로 생긴 87조원이라는 숫자를 감안하면 규모가 상당하다.
올해도 세수 펑크는 지속됐다. 3월까지 2조 2000억원이 덜 걷혔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에서 45조원 넘는 돈을 빌려쓰는 정부가 돈이 가장 많은 층을 상대로 '부자 감세'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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