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강하게 쳐도 아웃이 많았는데"…'멀티히트+3타점' 마음고생 심했던 김하성이 쏘아 올린 부활의 '신호탄'

박승환 기자 2024. 6. 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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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더 좋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얄스와 원정 맞대결에 유격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김하성의 방망인는 첫 타석에서부터 대폭발했다. 김하성은 1-2로 뒤진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캔자스시티 선발 알렉 마쉬의 초구 93.8마일(약 151km) 직구를 통타, 외야 좌중간을 갈랐다. 이때 김하성이 시작부터 '기어'를 올리더니, 2루 베이스를 밟은 후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 결과 메이저리그 통산 8번째, 올 시즌 3번째 3루타를 폭발시켰다. 그리고 김하성은 루이스 아라에즈의 희생플라이에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어냈다.

활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김하성은 2-3으로 뒤진 4회초 매니 마차도의 볼넷, 도노반 솔라나와 잭슨 메릴의 안타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는 마쉬가 던진 4구째 86.1마일(약 138.6km) 스위퍼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 타구는 중견수가 잡을 수 없는 위치에 떨어졌고, 세 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며 역전 2타점 3루타를 터뜨렸다. 이 안타는 이날 경기의 결승타로 샌디에이고의 2연승과 직결됐다.

게다가 수비에서도 김하성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김하성은 7회말 1사 2루에서 캔자스시티 디아론 블랑코가 친 100.2마일(약 161.3km)의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냈고, 움직이는 방향으로 쏠리는 무게중심을 버텨낸 뒤 노스텝으로 자세를 돌려 공을 뿌리며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이때 투수 아드리안 모레혼을 비롯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김하성을 향해 물개박수를 보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게티이미지코리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게티이미지코리아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웃카운트와 연결되진 않았으나, 김하성은 후속타자 마이켈 가르시아의 타구에는 백핸드 점핑스로우를 선보이기도. 이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갔다면, 실점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았는데, 김하성의 넓은 수비 범위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경기를 매듭짓는 과정에서도 빛났다. 9회초 무사 1루에서 이번에도 가르시아가 친 타구가 김하성 앞쪽으로 향했다. 이때 김하성은 빠른 대쉬를 통해 타구를 잡아냈고, 러닝 스로우를 통해 귀중한 아웃카운트를 생산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계약이 만료,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손에 넣는다. 일단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김하성의 가치는 하늘을 찔렀다. 지난 2022년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에서 골드글러브르 후보로 선정되면서 수비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높인 김하성은 그해 겨울 수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샌디에이고가 잰더 보가츠라는 대형 유격수를 영입하면서, 오프시즌 내내 트레이드설에 휘말렸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절정'을 찍었다. 보가츠의 합류로 인해 2루수로 포지션을 옮기게 된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에서 각각 '황금장갑'의 후보로 꼽혔고, 결국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아시아 출신의 내야 메이저리거들 중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김하성이 최초였다. 이에 김하성은 다시 한번 빅리그 수많은 구단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올해 주 포지션이었던 유격수로 이동해 FA 대박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김하성의 계약에는 +1년의 뮤추얼(상호동의) 옵션이 존재하지만, 김하성이든 샌디에이고든 한 쪽은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2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김하성의 시즌 성적은 60경기에서 45안타 7홈런 27타점 13도루 타율 0.222 OPS 0.716로 매우 아쉬운 편이다. 그럼에도 내야의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검증이 끝난 만큼 큰 계약을 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더 좋은 계약을 위해서는 지금의 타격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은 필수적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과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게티이미지코리아

캐나다 'TSN'에 따르면 김하성은 "내가 원하는 만큼 좋은 출발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공을 정말 강하게 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아쉽게 아웃이 많이 됐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속단할 순 없으나, 김하성의 최근 타격감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서 성적은 7안타 1홈런 타율 0.333(21타수 7안타). 타티스 주니어 또한 경기가 끝난 뒤 "김하성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공을 강하게 치고 있다. 그가 좋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름답다"고 기뻐했다.

김하성은 지금 기세를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최근에 타격감이 좋아지고 있다. 더 좋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여름이 시작된다. 여름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팀원들이 경기 준비를 잘하고, 이기려는 마음이 크다. 이 기세를 몰아 홈에서도 많은 승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야말로 공·수·주에서 엄청난 모습을 선보인 김하성은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김하성의 말대로 조금씩 감이 좋아지고, 주목 받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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