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과 배임 사이, 하이브-민희진 2라운드…뉴진스는 일본으로
하이브(의장 방시혁)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 사태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민 대표는 어도어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게 됐지만, ‘불편한 동거’ 속에 여전히 지위가 불안한 상황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반전을 꾀했다.
상처만 남긴 1라운드
이번 사태는 하이브가 지난 4월22일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민 대표 등에 대해 전격 감사에 착수하면서 불거졌다. 보통은 감사를 통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뒤 외부에 알리는 게 수순이지만, 하이브는 서둘러 언론에 공개했다. 민 대표는 사흘 뒤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이 아니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온라인 생중계 자리에서 욕설을 하고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했다는 의혹도 제기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여론은 크게 갈렸다. 대중은 각자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 대표에 감정 이입하며 관련 기사, 유튜브 영상 등에 지지 또는 비난 댓글을 쏟아냈다. 민 대표가 ‘내 새끼들’이라 지칭한 뉴진스의 팬들은 물론, 민 대표의 의혹 제기에 상처받은 아일릿과 르세라핌의 팬들도 참전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 쪽은 보도자료를 경쟁적으로 내며 여론전을 펼쳤다. ‘주술 경영’ 주장과 ‘단월드 관련설’ 같은 루머까지 퍼지면서 더욱 혼탁해졌다. 하이브 주가는 사태 이후 20거래일 만에 18.9%나 폭락해 1조원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사태는 5월31일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민 대표는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전날 인용되면서 해임을 피했다. 하지만 어도어 지분 80%를 가진 하이브는 민 대표 측근인 신아무개 부대표와 김아무개 이사를 해임하고 하이브 사내 임원인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어도어의 새 이사로 선임했다. 민 대표는 이사회에서 1 대 3 구도로 고립됐다.
여전한 살얼음판 2라운드
가만 있을 민 대표가 아니었다. 그는 임시 주총 당일 오후 곧바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 대표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 쪽 변호사는 “이사회가 1 대 3 구도로 재편되면서 이사회 결의만 있으면 여전히 민 대표가 해임될 수 있다. 법적으로 이사의 의결권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이브가 법원 판결 취지를 존중한다면 이사들이 대표 해임을 위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전날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데 대해 “개인적으로 누명을 벗어서 홀가분하다”고 소감을 전한 뒤 “직위와 돈에 대한 욕심이 이 분쟁의 요인이 아니다. 뉴진스 멤버들과 세운 비전을 이루고 싶은 소망이 크다. 이를 위해 감정적인 건 뒤로 하고 하이브와 이성적으로 타협점을 잘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도어 대표로서 계속 일하고 싶다. 그만 싸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 저도 한수 접을 테니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판단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이브는 가처분 신청 인용 직후 “당사는 법원이 이번 결정에서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하여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듦으로써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던 것은 분명하다’고 명시한 만큼, 추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후속 절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 대표를 계속 압박할지, 아니면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할지, 공은 하이브로 넘어갔다.
뉴진스의 앞날은?
뒤숭숭한 가운데서도 뉴진스는 지금 색깔대로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의 지휘권이 여전한데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도 “하이브·어도어 구성원과 함께 뉴진스의 활동을 더 견고하게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보 ‘하우 스위트’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뉴진스는 21일 일본 데뷔 싱글을 발표하고 26~27일 도쿄돔에서 팬미팅을 여는 등 일본 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내년 월드투어를 위해 연말 음반을 준비하고 있었다. 계획들을 문제 없이 잘 이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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