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종부세 개편 논의… 정부,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검토

이희경 2024. 6. 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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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금투세 폐지 논의도 불붙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및 완화 방침을 시사하자 대통령실이 아예 종부세 폐지 추진을 천명하면서다. 정부는 종부세 폐지와 재산세 통합 등은 보유세 과세 체계의 대대적인 변화에 해당하는 만큼 중장기 과제로 남겨두되 일단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세율을 낮추는 개편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종부세 외에 상속세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적극 추진키로 하면서 세제 개편 논의가 정국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세무서에 종부세 분납신청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2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길 종부세 개편의 우선순위로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중과세율(최고 5.0%)을 기본세율(최고 2.7%)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 2주택 이하’ 기본세율과 ‘3주택 이상’ 중과세율로 이원화돼 있는 종부세는 단일 세율로 바뀌게 된다.

현행 종부세 과세체계를 보면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분을 기준으로 12억~25억 2.0%, 25~50억 3.0%, 50~94억 4.0%, 94억원 초과 5.0%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기본세율은 1.3%, 1.5%, 2.0%, 2.7%인 점을 감안하면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이 각 구간별로 2배 안팎 높다.

앞서 2022년 세법개정으로 2023년 이후 종부세 세율은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개인 2주택자도 기본세율로 완화됐다. 3주택 이상은 다주택자 중과세율이 유지됐다. 다만 최고세율이 종전 6.0%에서 5.0%로 낮아지고,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분에만 중과세율이 적용됐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을 손보려는 이유는 징벌적 과세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 한 당국자는 “중과세율이 폐지되고 기본세율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최고세율 2.7%는 재산세제 세율로서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열린재정에 따르면 종부세는 2014~2016년 1조3000억~1조4000억원 수준으로 징수됐다. 하지만 2017년 1조7000억원에서 2022년 6조8000억원까지 급증한 뒤 지난해 4조6000억원 정도 걷혔다. 전체 국세수입 중 종부세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4년 0.6%에서 지난해 1.3%까지 높아졌다. 납부인원도 2014년 25만2000명에서 2022년 128만3000명까지 확대됐다.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정부는 다만 야당에서 거론하고 있는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론’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상징되는 고가 아파트로의 쏠림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는 데다 저가 다주택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5억원짜리 아파트 3채를 보유했다면 최고 2.0%의 세율을 적용받지만, 20억원짜리 1채인 경우 최고세율이 1.3%에 불과한 상황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종부세 부담을 완화한다는 게 윤석열정부의 정책방향과 부합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1주택자와 다주택자 이슈 등이 있고 야당 공식 의견이 나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입장을 말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종부세 개편이란 큰 틀에선 야당과 논의할 수 있지만 1주택자 종부세만 폐지하는 방안에는 신중한 의견을 피력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초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론을 시사한 데 이어 최근에는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공제 금액을 12억원에서 16억원으로 상향하는 조정하는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종부세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56조원이 넘는 세수펑크 사태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 사태가 예고되는 등 매년 세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감세 정책이 추진되면 정부 재정여력 감소로 민생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실시한 여론조사(지난달 5월28~30일, 전국 18세 1000명)에 따르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의 1주택자·실거주자 종부세 폐지안에 대해 52%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긍정 응답은 27%에 그쳤다. 아울러 종부세가 전액 지방에 교부되는 만큼 종부세 폐지시 지방 재정 여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 5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종부세 외 상속세 완화 및 금투세 폐지 논의도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상속세 개편과 함께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투세 폐지도 다시 추진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상속세의 경우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변경하고, 대주주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한편 상속세율을 낮추는 구체적 방안을 거론하며 정부와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망자 유산 전체에 10~50%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이 납세자 부담 능력에 따라 조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응능부담’ 원칙에 맞지 않고,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평가액에 할증 평가까지 더해져 최대 60%의 세율이 적용되는 등 세율 자체도 과도하게 높다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대주주의 할증 평가 폐지, 가업상속 공제 대상·한도 확대, 밸류업 기업에 한해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아울러 민생 살리기 패키지 법안의 하나로 금투세를 폐지하되 현행 주식 양도세 과세체계를 유지하는 방안도 22대 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금융투자상품에서 실현된 모든 손실과 소득을 합산한 금액에 20%(3억 초과분은 25%)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단, 국내상장주식, 공무주식형 펀드의 경우 연간 5000만원의 차익까지는 과세되지 않는다. 하지만 종부세와 달리 상속세와 금투세 폐지에 대해 야당이 아직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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