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홈런 7타점' 박병호-'무안타 6삼진' 오재일...'4번타자' 엇갈린 운명에 삼성-KT 희비교차

오상진 2024. 6. 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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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일단 초반 행보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맞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86년생 동갑내기 두 선수가 닷새 만에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는 주중 첫 경기를 마치고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해 세간의 시선을 모았다. KT 1루수였던 우타자 박병호가 줄어든 출전 기회에 이적을 요청했고, 삼성이 같은 포지션의 좌타자 오재일을 제안하며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트레이드 당시 통산 590홈런(박병호 383홈런, 오재일 207홈런)을 합작한 두 베테랑 거포는 29일부터 소속을 바꿔 1일까지 4경기를 연달아 소화했다.

박병호와 오재일 모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박병호는 올해 타율 0.198(101타수 20안타) 3홈런 10타점 OPS 0.638에 머무르며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한 2011년 이후 가장 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오재일 또한 타율 0.238(64타수 15안타) 3홈런 8타점 OPS 0.780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진이 계속됐다.

서로 팀을 바꾼 뒤 '삼성' 박병호는 펄펄 날았다.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도착한 박병호는 첫날부터 키움 히어로즈전 6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두 타석 만에 홈런포를 가동했다. 키움 선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의 슬라이더를 당겨쳐 좌측으로 120m를 보내며 장외 홈런을 만들었다.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득점 1타점으로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30일부터 4번타자로 올라간 박병호는 볼넷 하나로 숨을 고른 뒤, 주말 한화 이글스전부터 홈런포를 재가동했다. 31일 6회 2사 2, 3루에서 한화 계투 김범수 상대로 146km/h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비거리 135m의 초대형 홈런을 날렸다. 다음 날인 1일에는 1회부터 1사 1, 3루에서 한화 선발 조동욱의 140km/h 패스트볼을 공략해 선제 스리런을 장식했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4경기 14타수 6안타(3홈런) 7타점 4득점 3볼넷으로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해당 기간 타율 0.429, 출루율 0.529, OPS는 무려 1.600을 기록했다. 삼성이 2017년 이승엽 은퇴 후 오랫동안 원했던 홈런타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키웠다.

한편, 'KT' 오재일은 예열이 길어지고 있다.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으로 이동한 오재일은 두산 베어스와 주중 2경기를 마치고 곧바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로 이동해 KIA 타이거즈를 상대했다. 삼성 소속으로 대구에서 홈 6연전을 준비하다가 갑작스레 서울, 광주를 오가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KT 이강철 감독은 오재일의 사정을 고려해 29일에는 대타로 한 타석에 내보낸 뒤, 30일부터 선발 기용하면서 기존 주전 1루수 문상철과 번갈아 출전시키고 있다. 트레이드 직전이었던 28일 삼성 유니폼을 입고 대타 솔로포를 터트리는 등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던 터라 기대가 컸다. 다만 KT 이적 후에는 13타수 무안타 6삼진 2병살로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특히 4번타자로 첫 선발 출전한 1일 KIA전 삼진-병살-삼진-병살로 부진해 고개를 떨궜다. 전반적으로 인플레이 타구에서 운이 따르지 않았다. 30일 두산전에는 2회와 6회 잘 맞은 공이 각각 중견수와 1루수 방면으로 향했다. 1일 KIA전에는 8회 무사 만루에서 안타성 타구가 2루수 홍종표에게 걸려 병살로 이어졌다.

트레이드 당사자들의 활약과 부진에 삼성과 KT의 희비도 엇갈렸다. 삼성은 기대대로 우타자 박병호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좌타자가 많았던 타선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또한 중심타선에서 저조한 득점권 타율로 고전했던 우타자 맥키넌을 2번으로 전진 배치해 장점인 높은 출루율을 살리는 효과도 나타났다.

KT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스위치 히터' 멜 로하스 주니어와 강백호를 제외하면 팀 내 좌타 거포가 부족한 현상을 해결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몰아치기에 능한 오재일이 타격 부진에 빠져 아직은 영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희재 <쓰다> 객원기자

사진=뉴스1, 뉴시스, 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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