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놓칠 수 없다”...분당·일산서 ‘1번 타자 쟁탈전’이 시작된다고?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신화 기자(legend@mk.co.kr) 2024. 6. 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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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매경DB>
우리나라 주택 시장에서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항상 많은 관심을 받아요. 다들 좋은 위치에 있는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데, 서울이나 서울 인근 주요 지역에는 새 아파트를 지을 땅이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입지가 좋고 재건축을 추진할 만큼 낡은 아파트에는 곧 신축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죠. 이런 아파트들은 전반적인 국내 집값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를 받아요.

그런데 정부가 어제(22일)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최대 3만 9000가구의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활용해 신도시 정비 작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거예요.

첫걸음 떼는 1기 신도시 재건축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다섯 곳은 한꺼번에 대규모 도시를 조성한 지 30년쯤 돼서 아파트들이 대부분 낡았고,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 단지를 짓고 싶어 하는 주민이 많아요. 재건축 사업으로 재산적 이익도 노려볼 수 있으니 당연한 현상이죠.

정부 입장에선 도시 곳곳을 차근차근 재건축해 가며 노후화된 도시를 재정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기존보다 높은 용적률을 적용해 더 높은 아파트를 짓기 때문에, 가구 수가 늘어나 주택 공급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장점이고요.

정부는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 사업을 가장 먼저 추진할 ‘선도지구’를 선정해서 우선 지원하기로 했어요. 재건축은 원래 법적 규제가 심해서 추진하기가 어려운데, 이런 과정들을 빨리 거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거예요. 도시 전체를 한꺼번에 뒤엎을 순 없고, 일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잘 될지도 모르니까 ‘첫 타자’들을 뽑아서 먼저 해보겠다는 거고요.

정부가 계획한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 규모
정부는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 4000가구, 중동 4000가구, 산본 4000가구 등 총 2만 6000가구를 선도지구로 선정할 계획이에요. 도시별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10~15% 정도라고 해요. 여기에다 신도시별로 1~2개 구역을 추가로 선정할 수 있게 여지를 둬서 이론적으로는 최대 3만 9000가구까지 뽑을 수 있게 정했대요.
첫 타자 선발 경쟁 치열하겠어요
어떤 아파트 단지들을 선도지구로 뽑을지는 정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각 신도시의 ‘1호 재건축’으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에요. 1기 신도시에는 비슷한 연식의 아파트들이 워낙 많은 만큼, 정부는 몇몇 기준을 정해서 공정하게 심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어요.

심사 기준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 주민 동의율(60점)

최소 기준인 주민 동의율 50%를 확보하면 10점을 얻고, 동의율이 올라갈수록 점수가 높아져요. 동의율이 95%를 달성하면 60점 만점을 받아요.

◆ 통합 재건축 규모(20점)

여러 노후 단지를 합쳐서 한꺼번에 신청할수록 높은 점수(10점 만점)를 받고, 가구 수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10점 만점)를 받아요. 만점인 20점을 받으려면, 4개 단지 이상이면서 3000가구를 넘겨야 해요.

◆ 거주 환경 노후도(10점)

옛날 아파트는 보통 ‘1가구당 주차 대수’가 적어서 주차장이 부족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 활동을 하기가 힘든 경우도 많은데요. 이런 불편함이 많은 단지일수록 높은 점수를 줄 거래요.

◆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10점)

재건축 과정에서 주변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잘 갖출 수 있는지 등을 따져요. 단순히 점수화하기 힘든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정성평가가 포함돼요. 지자체가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해 최대 5점의 가점을 부여할 수 있어요.

‘통합’은 필수, 관건은 ‘동의율’
지자체들은 위에서 살펴본 평가 항목을 토대로 기준을 조금씩 조정할 수 있어요. 확정된 각 지역의 기준은 다음 달(6월) 25일에 공고해요. 이후 9월에는 신청서를 접수하고, 11월엔 선도지구를 선정할 계획이에요. 2027년에 공사를 시작해 2030년에 주민을 입주시키는 게 목표예요.
지자체가 세부 계획을 공고하기 전이긴 하지만, 정부의 의도는 명확해 보여요. 주민 동의율(60점)과 통합 재건축 규모(20점)가 100점 만점에서 80점이나 차지하니까요. ‘따로따로 하지 말고 여러 단지 모아서 신청하라’는 뜻인 거죠. 승패는 사실상 주민 동의율에 달렸다고 봐도 될 것 같고요.

이미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여러 단지들은 일찌감치 경쟁을 시작한 모양새예요. 수도권 1기 신도시 중 이미 주변 단지를 모아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곳이 15곳에 달할 정도예요. 대부분 사전에 조사한 주민 동의율이 80%를 넘길 만큼 주민들이 적극적이라고 해요.

대규모 재건축을 걱정하는 목소리
낡은 아파트와 도시를 새롭게 만드는 계획에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대체로 기대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 대규모 재건축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와요.

대표적인 게 ‘전세 대란’ 우려예요. 재건축 사업은 이주 수요를 발생시키기 마련이에요. 있던 건물을 부숴야 하니까 원래 해당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인근에서 전‧월셋집을 찾게 되죠. 보통은 전세인 경우가 많고요. 이러면 동시에 많은 전세 수요가 생겨나서 일시적으로 전셋값을 자극할 수 있어요.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주변 지역의 전세 가격 급등을 부르고,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거죠. 정부는 이런 측면에 신경을 써서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정도의 계획을 밝혔어요.

최근 몇 년간 급등한 공사비 탓에 재건축 사업의 추진이 어려워진 점도 변수예요. 공사비 급등으로 재건축 사업의 분담금이 급등했기 때문이에요.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해 주민들이 각자 더 많은 돈을 내게 된 거죠. 이러면 재건축 사업으로 재산적 이익을 볼 거라는 기대가 작아지고, 재건축을 하고 싶어도 분담금으로 낼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늘어나요.

결국 비교적 재건축 여력이 있는 부촌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큰 거예요. 이런 현상은 전반적인 도시 재정비 속도는 늦추고,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양극화는 더 심하게 만들 수 있어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1기 신도시 재건축 계획, 과연 의도대로 잘 추진할 수 있을까요? 일단 ‘선도지구 2030년 완공’은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는데요, 언제쯤 확 달라진 1기 신도시들을 만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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