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사람은 의원 아닌 국민?”...한동훈 회심의 카드 ‘지구당 부활’
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최근 낙선·당선인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지구당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다”며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치영역에서의 ‘격차해소’”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국민의힘이 총선 과정에서 국민께 약속했던 특권폐지 정치개혁 과제들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국민이 지구당 부활을 국민을 위한 정치개혁이 아니라 정치인들끼리의 뻔한 흥정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10 총선 패배 후 비대위원장 직에서 사퇴한 한 전 위원장이 현안에 대해 공개 발언을 한 것은 정부의 ‘해외 직구’ 규제 정책에 이어 2번째다.
이에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에서 “원외 위원장들이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자금문제다. 사무실 하나를 운영하려면 보통 월 2000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면서 “그런데 이걸 다 어디에서 조달하겠나? 그래서 이걸 합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줘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만나서 지구당 부활 얘기를 했고 또 이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출마 수순으로 나아가는 그런 행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앙당에서 지명한 지구당 위원장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사무실 임대료·직원 월급 등 필수 경비 마련을 위해 지역 인사들과 정경유착이 발생하며 실제 당원 민주주의가 이상적으로 작동되지는 못했다.
지구당은 2002년 불법 대선자금 논란 이후 ‘돈 먹는 하마’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2004년 이른바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지구당은 폐지됐다.
이후에는 지구당 역할을 대신할 당원협의회(국민의힘), 지역위원회(더불어민주당) 등이 각 지역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정당법상 공식 조직이 아니다보니 각종 제약을 받는다. 반면, 현역 의원은 지역구에 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고, 합법적으로 후원도 받을 수 있다. 청년 정치인이나 원외 인사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면, 국민의힘 내에선 지구당 부활 여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 예비 당권 주자들은 지구당 부활에 공감을 표시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구당 부활 필요성을 인정하며 ‘지역정치활성화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도 TV조선 인터뷰에서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도 “지구당은 아니더라도 당협위원장과 조직위원장들이 사무실도 열 수 있고 후원금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외 조직위원장들은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지구당 부활을 촉구했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구당 부활 논쟁은 반개혁일 뿐만 아니라 여야의 정략적인 접근에서 나온 말”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기현 의원도 지구당 부활에 대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단순히 득표만을 위해 선심성으로 남발해서 풀 문제가 아니다”라며 원내에선 처음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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