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업고 튀어' 작가가 밝힌 변우석 캐릭터의 비밀 [인터뷰]
윤종호 감독 "변우석·김혜윤 눈빛, 특히 좋았다"
배우 변우석이 '선재 업고 튀어'에서 연기한 류선재는 한 여자만 사랑하는 순정남 면모로 시선을 모았다. 이시은 작가는 일부러 많은 작품 속 순애보 서브남의 설정을 류선재 캐릭터에 부여했다고 밝혔다. "예전부터 서브남 파였다"는 이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다.
윤종호 감독과 김태엽 감독, 그리고 이시은 작가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다. 변우석이 류선재를, 김혜윤이 임솔을 연기했다.
'선재 업고 튀어' 빛낸 변우석·김혜윤
변우석과 김혜윤은 '선재 업고 튀어'에서의 활약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됐다. 이 작가는 글로 된 대본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좋았다고 했다. 그는 변우석의 연기를 보며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이 작가는 김혜윤과 관련해서는 병실에서의 장면을 언급했다. "병실에 누워 라디오를 듣는 장면이었죠. 여배우가 화장기 없이 헤어도 안 하고 누워서 감정을 폭발시켜야 했습니다. 초반의 촬영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다리가 불편한 소녀의 폭발하는 감정을 어떻게 이렇게 대본보다 잘 살려줄까' 싶었죠. 믿고 대본을 쓸 수 있을 듯했어요. 제가 글로 쓴 것보다 120, 150% 표현해 주는 배우들을 보며 믿음이 많이 커졌습니다."
이 작가는 자신이 류선재 임솔처럼 애틋한 사랑을 해보진 못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본을 쓸 때 어떤 경험을 떠올렸을까. 그는 "아기를 생각했다. 난 사실 누군가를 덕질해 본 적이 없다. 자신의 아기에게는 받는 게 없어도 주고 싶은 마음이지 않나. 그 마음을 살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류선재의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이 작가는 "선재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캐릭터는 아니다. 과거에는 반항아적인 이미지가 인기가 많았다. 선재처럼 순애보에 한 여자만 짝사랑하는 캐릭터는 서브남 포지션이었다. 그런데 난 예전부터 서브남 파였다. '이번에는 그 서사를 주인공으로 가져와 보자' 싶었다"고 전했다.
악역의 의미는 '질긴 운명'
'선재 업고 튀어'에는 연쇄살인마 김영수(허형규)가 등장한다. 이 작가는 악인 김영수에게 서사를 주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김영수가 솔이와 선재에게 너무 사랑하는데 이뤄질 수 없게 하는 질긴 운명 자체였다"고 설명했다. 오해, 갈등 때문에 주인공들이 멀어지는 쪽보다는 운명 때문에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단다. 윤 감독 역시 "대본에서 영수가 너무 명확했다. 서사를 살리기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극의 배경이 2008년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가는 "1990년대는 드라마에서 많이 다뤘던 것 같다. 그런데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많이 없는 듯했다. 내가 07학번인데 (2000년대 초반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에피소드로도 써먹을 소재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무렵 개기일식, 베이징 올림픽 등이 있었다고 했다. 작품의 장소, 음악에는 그가 품고 있던 과거의 기억들이 녹아들었다. 이 작가는 "나이를 먹으면서 그때 그 시절의 추억들이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내가 타임슬립한 것처럼 느끼며 대본을 썼다"고 밝혔다.
'선재 업고 튀어'의 높은 화제성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완성된 '선재 업고 튀어'는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윤 감독은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이 순간이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큰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싶다. 열심히 살길 잘했다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선재 업고 튀어'는 2~5%대 시청률을 넘나들었지만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 결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윤 감독은 "OTT로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많은 듯했다"고 분석했고, 김 감독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영광스럽다"고 전했다.
변우석과 김혜윤은 열연과 케미스트리로 '선재 업고 뛰어'의 높은 화제성을 이끌어냈다.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남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윤 감독은 "로맨스물에서 두 배우가 실제로 사랑을 하면 눈빛이 다르다. 모든 연출자는 작품이 끝나고 헤어지더라도 할 때는 사귀었으면 한다. 떨리는 눈빛 하나도 시청자가 볼 때 설렘을 준다고 생각한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두 배우가 가진 눈빛은 그동안 연출하면서 봤던 눈빛 중에서도 특히 좋았어요. 두 사람이 사귀는 듯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사귀는지도 모르겠지만요. 하하."
변우석 김혜윤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이는 '선재 업고 튀어'는 지난달 28일 종영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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