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탈출은 지능순?"…불패의 자산처럼 보여도 '달은 차면 기운다'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6.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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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살롱] (글 : 김학균 리서치센터장)

 
요즘 가장 잘나가는 국가는 뭐니 뭐니 해도 미국이다. 미국의 GDP는 2023년에 2.5% 성장한 데 이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4%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음에도 미국 경제는 1.8~1.9%로 추정되는 잠재 성장률보다 더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식시장의 강세는 말할 것도 없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를 비롯한 뉴욕증시의 주요 주가 지수들은 2024년 들어서도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미국 증시 120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장기 강세장을 구가하고 있다.

특정 국가의 번영이나, 자산시장의 강세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이들에 대한 낙관론은 강화되곤 한다. 인간의 인지적 편향이 작동하는 탓이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무엇보다도 현재 시점에서 미래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 견해를 당장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떤 종류의 전망 행위이건 실제로 시간이 흘러가 봐야 옳고 그름이 판명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전망이라는 행위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현재 보이는 것, 혹은 가까운 과거의 경험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주가가 올라가면 더 올라갈 것 같은 낙관론이,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더 떨어질 것 같은 비관론이 득세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미국 경제의 장기 호황과 미국 증시의 장기 강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미국에 대한 쏠림은 강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한국 증시의 성과와 맞물리면서 미국 주식은 '불패의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미국에 투자하지 않고, 여전히 한국 증시에 머물러 있는 투자자들을 빗대, '국장(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조롱 섞인 세간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채권시장에서도 미국에 대한 경도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발행하던 국채에 대한 주요 수요처는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었는데, 요즘은 미국 이외 국가들의 개인 투자가들이 앞다투어 미국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속담은 투자의 세계에서도 적용된다. '기울어지는 시기'를 알 수 없을 따름이지, '언젠가는 기운다'. 특히 자산시장의 반전은 그 자산에 대한 낙관이 극에 달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금융 시스템의 불완전성을 연구했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크의 주장을 들어보자.
     
- 특정 자산에 대한 낙관론이 극에 달할 때 투자자들은 부채까지 끌어와 투자한다. 레버리지 투자는 낙관론에 자기 확신이 더해지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 부채를 통해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작은 가격 변동에도 시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통상적인 가격 변동에도 과도한 레버리지에 따른 매물 출회는 시장의 충격을 깊게 만든다. 주가 하락은 자기강화적으로 투자자들의 매도를 부추긴다.
     
과도한 낙관론이 무리한 포지션을 만들고, 이 포지션이 강세장에 균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증시도 늘 불패였던 것은 아니다. 미국 증시는 1937년 3월~1950년 5월, 1968년 11월~1982년 8월, 2000년 3월~2013년 2월 등 세 차례의 장기 횡보장을 경험한 바 있다. 한국 KOSPI가 최근 십수 년째 보여주고 있는 횡보세가 미국에서도 나타났던 셈이다. 미국 증시의 장기 횡보장은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과도한 낙관 직후에 나타났다.
 

 
'달이 차서 기운' 전형적인 사례들인데,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엿볼 수 있는 '열광의 1920년대'가 지난 후 장기 횡보장이 나타났고, '자본주의 황금기'로 불렸던 1950~60년대 장기 호황이 끝난 후 1970년대의 부진한 장세가 이어졌다. 또한 '인터넷 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 낙관론이 풍미했던 1990년대가 끝난 직후 미국 증시는 장기 횡보 장세에 접어들었다.

현 국면에서는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경제와 금융시장에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1분기 미국의 GDP 대비 재정 적자는 5.9%에 달했다. 경제 위기도 아닌데, 과도한 지출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공격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니, 연준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는 꺾이지 않고 활황이다.

긴축 정책은 적당한 경기 둔화를 유도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경기가 꺾이지 않으니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으로, 연준의 목표치 2%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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