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대그룹 시총 증가율 1위는 삼성·SK·현대차 아닌 ‘이곳’…41.84%나 증가한 이유는?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들어 국내 재계순위 상위 10개 그룹사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은 HD현대 그룹이었다. 그룹 내 전통적인 주력 사업인 ‘조선’ 부문의 업황 반등에 더해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의 수혜주로도 꼽힌 결과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최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업공개(IPO)까지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HD현대 그룹의 국내 증시 내 존재감도 급등세를 타는 모양새다.
2일 헤럴드경제는 국내 10대 그룹사(삼성·SK·현대차·LG·포스코·롯데·한화·HD현대·GS·신세계, NH농협금융은 제외) 상장주 111개를 대상으로 연초 기준가 대비 지난달 30일 종가까지 시총 변동률에 대해 분석했다.
그룹사 별로 시총 증감률을 도출한 결과 41.84%를 기록한 재계 8위 HD현대 그룹이 1위를 차지했다. HD현대 그룹 내 상장 9개 계열사의 시총 합산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48조6329억원으로 연초(34조2880억원) 대비 14조3449억원이나 늘면서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기업집단별 시총 순위에서도 HD현대 그룹은 셀트리온, 카카오, 한화, 두산, 네이버 등을 제치고 6위까지 뛰어올랐다.
HD현대 그룹의 시총이 급증한 주요 요인은 그룹 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 부문에서 글로벌 ‘슈퍼사이클(장기적 호황)’에 접근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 HD현대중공업의 시총은 올 들어서만 각각 8.19%, 8.21%, 2.40%씩 커졌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선박 수주액은 136억달러(약 18조7762억원)로 중국(126억달러, 약 17조3981억원)을 2021년 4분기 이후 3년 만에 앞질러 세계 1위에 올라섰다. 한국이 1분기 기록한 선박 수주액은 작년 연간 수주액(299억달러, 약 41조2859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 135억달러 중 약 84%를 이미 달성한 상태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남은 변수는 비용뿐인데 원재료인 철광석과 수입 후판 가격은 하락세”라며 “인건비 인상과 충당금 설정은 작년 시행했고, 지속적인 외국 인력 수급으로 외주 단가는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풍부한 순현금의 가치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순현금 보유량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데 반해 부채는 128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열풍을 타고 전력기기 산업이 전반적으로 호황을 맞이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것도 HD현대 그룹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시총이 올해 초 2조9361억원에서 10조4356억원으로 255.43%나 커진 HD현대일렉트릭이 대표적인 수혜주다.
증권가에선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 개선 가능성 역시 커질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면서 투심을 자극 중이다. 김광식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 업황은 제1시장인 미국과 제2시장인 유럽연합 등에서 충분히 단단하고 멀리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면서 “2025년부터 더 강한 전력기기 수요 성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관세 전쟁’이란 지정학적 리스크가 오히려 HD현대 그룹주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면서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은 올해 26.83%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혔던 HD현대마린솔루션이 시총 5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코스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도 HD현대 그룹의 시총 증가에 큰 힘을 보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지난달 2~29일 중 18거래일 간 총 29만2348주(약 203억50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모은 것도 향후 그룹주 주가엔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을 전후로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주사인 HD현대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었다”면서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오너 3세 경영인이 직접 나선 것은 분명 주가엔 좋은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0대 그룹 중 시총 합산액 증가율 2위는 18.06%의 SK 그룹이 차지했다. 글로벌 AI 랠리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를 향한 AI용 반도체 ‘고대역폭반도체(HBM)’ 공급을 주도하며 ‘글로벌 HBM 1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간 SK하이닉스의 시총은 올해만 38.30% 커졌다. SKC(52.87%)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중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을 최초로 받은 ‘반도체 유리 기판’ 제조사 앱솔릭스를 계열사로 거느린 게 투심을 자극해 주가가 상승하는 포인트로 작용했다. ‘반도체 유리 기판’은 미세 공정 기술의 진보가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AI 등 고용량 데이터의 고속 처리 기술을 위한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증가율 3~4위엔 각각 14.91%, 10%씩 성장한 한화 그룹, 현대자동차 그룹이 이름을 올렸다. 한화 그룹은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 63.86%, 한화엔진 49.40%), 조선(한화오션 18.92%), 밸류업(한화손해보험 21.60%) 수혜주가 시총 증가세를 이끌었다. 현대차 그룹도 밸류업 따른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대표주(현대차 25.03%, 기아 17.06%)와 방산(현대로템 38.53%) 관련주 강세가 두드러졌다.
2차전지 관련 사업 부문의 비중이 높았던 그룹사들의 부진이 돋보이기도 했다. 시총 증감률 꼴찌 자리는 -31.65%란 부진한 성적을 거둔 포스코 그룹이 차지했고, 꼴찌에서 두 번째 자리는 -17.37%를 기록한 LG 그룹의 몫이었다. LG 그룹의 경우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23.27%), LG화학(-29.76%) 등의 부진이 뼈아팠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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