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스핀하던 프로 비보이..불 끄고 생명 구하는 '119구조대' 된 사연
[편집자주] 119안전센터 신고접수부터 화재진압과 수난구조, 응급이송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위기에 처한 현장엔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온 소방대원들을 볼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선 히어로(영웅)같은 역할을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친근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생활인이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우리동네 소방관들을 만나봤다.
백 소방교는 고등학교 때 시작한 비보잉에 매료돼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실용무용예술학부에 진학 후 10년간 춤에 인생을 쏟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크루 중 하나인 1세대 비보이 크루인 'T.I.P Crew'에서 활동했으며, '논버벌 퍼포먼스(nonverbal-performance)' 뮤지컬인 '비밥'에서도 4년 정도 비보이로 활동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비보잉 대회에서 수상하고 해외공연으로 6개 대륙을 수도없이 다녔다.
이런 그가 소방관에 새롭게 도전한 일은 주변 사람들에겐 놀라운 사건(?)처럼 보였겠지만 정작 백 소방교에겐 새롭거나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선망의 대상이자 장래희망인 소방관이었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구해주고 남을 돕는 모습이 백 소방교의 어린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심지어 그는 군복무 시절 소방 구조 경채(경력채용) 전형 기준을 채우기 위해 병사로 지원한 해병대 특수수색대에서 부사관을 지원해 총 39개월 연장근무를 하기도 했다. 화려한 비보이의 삶을 뒤로하고 소방관을 선택한 건 어쩌면 늘 준비해온 운명같은 소명이었던 셈이다.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다른 직업보다 소방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위험한 현장에 직접 뛰어드는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군복무 시절에도 당장 소방관이 돼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나중에는 꼭 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에 해병대 수색대에서의 연장 근무도 해낼 수 있었습니다."
구조대원으로 입직한 백 소방교의 근무만족도는 매우 높다. 육·해·공, 어디서든 전부 구조활동을 해야하는 구조대의 특성상 쉽지 않은 업무 환경이지만 가슴 뜨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구조 후 감사 인사를 보내는 분들의 눈빛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물론 힘든 상황도 있었습니다. 2021년 쿠팡물류센터 화재로 순직한 구조대장님이 함께 근무했던 분이라 많이 힘들었습니다. 내가 하는 직업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꼈고 수많은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구조자의 감사한 눈빛을 볼 때면 힘든 것은 다 씻겨 내려가고 뿌듯함만 남습니다."
구조대의 특성상 내부에 구조 대상이 있으면 절단기나 응급처치 장비들을 챙겨 직접 화재를 진압하며 내부로 진입해야 한다. 최일선에서 구조자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비보잉을 그만두지 말라고 주변에서 만류하기도 했다. 일부 지인들 사이에선 "설마 쟤가 되겠어?"란 시선도 있었다. 그럼에도 구조 업무에 대한 그의 열정을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소방관이 단순히 불을 끄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 외에 다른 구조·구급대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응원해주시고 믿어주셔서 소방관들이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도 힘들 때마다 여전히 비보잉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고 '부캐(부캐릭터)'로 계속 활동할 예정입니다. 정년퇴직하는 날 후배들 앞에서 헤드스핀을 하는게 목표인데 그때까지 열심히 체력관리 하겠습니다."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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