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 방사선 피폭됐다는데…방사능·방사선은 얼마나 위험할까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4. 6. 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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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 근무하던 직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즉각 인력을 파견해 사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원안위에 따르면 방사선에 피폭돼 손가락이 붓는 등 이상 증세가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행히도 혈액검사에서는 정상 소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원안위는 향후 이를 추적 관찰한다는 계획입니다. 방사선 피폭,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불안정한 원자가 안정한 상태로 … 방사선 발생
방사성물질 라듐을 발견한 마리 퀴리(오른쪽). [사진=마리퀴리.org]
방사성 물질인 ‘라듐’을 발견한 피에르 퀴리. 그는 1903년 노벨물리학상 시상 강연회에서 “라듐이 범죄자 손에 들어가면 위험한 물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방사능, 방사선이 무엇인지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방사성물질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퀴리 박사는 백혈병으로 사망했는데, 방사성물질 연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용어 정리를 하겠습니다. 방사선이 나오는 원소를 ‘방사성 원소’라고 합니다. 방사선이 나오는 물질은 ‘방사성 물질’이라고 부릅니다. 방사선의 강도를 ‘방사능’이라고 합니다. 방사선은 왜 나오는 것일까요. 이 세상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자는 핵, 전자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불안정한 전자(들뜬 전자)가 안정한 상태로 이동하면서 에너지를 내듯이 원자핵도 마찬가지입니다. 화가 난 사람이, ‘화’를 내고 나면 안정되듯, 불안정한 원자핵이 안정한 상태로 가면서 에너지를 발생하고 이를 방사선이라고 합니다.

방사선에 노출되면 DNA에 변이가 발생하면서 기존 개체가 갖지 못했던 형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태아가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에는 세포 분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X-맨에는 방사선에 노출된 뒤 ‘특별한 힘’을 갖는 상황이 등장하는데요, 이를 ‘돌연변이’라고 합니다. 실제 우리 삶에서 나타나는 돌연변이는 대부분 ‘열성’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방사능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에너지’입니다.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몸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가 대표적입니다. 암세포에 방사선을 쏘이면 세포가 파괴되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방사선에 피폭됐다고 해서 항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X-레이 촬영은 물론 CT 촬영을 해도 우리는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비행기를 타고 대륙을 횡단할 때도 우리는 고에너지 방사선 입자에 노출됩니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 몸은 항상 방사선에 노출돼 있습니다. 40억년 전 지구가 처음 생성됐을 때 많은 방사성 핵종이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대부분 사라졌지만 미량의 방사선이 돌, 흙으로부터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노출되는 방사선 “과한 걱정은 금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멜트다운이 발생, 수소 폭발이 일어난 모습 [사진=로이터]
한국 사람들은 연간 3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세계 평균은 2.4mSv(밀리시버트)입니다. X선 촬영 시 0.1~0.5m㏜의 방사선에 피폭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950년대 미국과 옛소련을 중심으로 진행된 핵실험의 결과로 방사성 낙진이 토양, 해양 등에 쌓여 방사선을 내뿜기도 합니다. 이 정도 방사선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1~2㏜(시버트)처럼 강한 방사선에 피폭되면 메스꺼움이나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2~3㏜에 노출되면 30일 뒤 사망률이 30%를 넘어섭니다. 50~80㏜ 세기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수 초~수 분 내 사망할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에서는 ‘음이온’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음이온은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나 분자가 음의 전기를 띠고 있는 전자를 하나 더 가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음이온을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한 가지가 바로 방사성물질을 이용하는 겁니다. 방사성물질에서 나온 방사선이 공기 중에 있는 물 분자를 쪼개고, 이때 음이온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합니다. 과거에는 일본, 한국의 여러 대기업도 음이온을 만드는 가전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폭포가 있거나, 숲에 가면 상쾌한 이유가 음이온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는 역시 희박합니다. 온도가 낮고 바람이 불고, 물을 맞아서 시원함을 느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래저래 방사성물질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우려, 위험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방사선이 무섭다고 다리가 아픈데 X-레이를 촬영하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건강에 더 악영향을 미칩니다.

중학교 3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가져오란 말이야.”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가 선배들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맞습니다. 과학·기술 기사는 어렵습니다. 과학·기술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풀어가다 보면 설명은 길어지고 말은 많아집니다. 핵심만 간결히 전달하지 않으면 또 혼나는데 말입니다. 이공계 출신인 제게 “문과생의 언어로 써라”라는 말을 하는 선배도 있었습니다. 혼나는 게 싫었습니다. 중3이 이해하는 언어로 기사를 쓰고 싶어 과학 교과서를 샀습니다. 그런데 웬걸, 교과서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많은 과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억 안 나시죠. 중3 수준으로 기사를 쓰면, 더 어려운 기사가 됩니다.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챗GPT, 유전자 가위,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최신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모르면 도태될 것만 같습니다. 어려운 과학·기술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교과서를 다시 꺼냈습니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최신 기술의 원리를 교과서에서 찾아 차근차근 연결해 보려 합니다. 최신 과학·기술은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교과서에 이미 모든 원리가 들어있으니까요.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적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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