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생명 위협하는 '무릎길막'에 "문제없다" 판정 유감…대도의 시대, 부상은 심판이 책임지나요 [SC시선]

김영록 2024. 6. 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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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리그 총 도루는 1040개였다.

지난해 팀 도루 1~3위였던 LG-두산-KIA 모두 작년 총 도루의 절반을 넘어섰다.

2위 박해민(25개)은 이미 작년 도루개수(26개)에 근접했다.

하지만 이미 올해 도루 경쟁도 불이 붙었고, 내년엔 더 뜨거워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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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지난해 리그 총 도루는 1040개였다. 정규시즌이 42%쯤 진행된 올시즌은 1일 현재 524개다. 지난해 팀 도루 1~3위였던 LG-두산-KIA 모두 작년 총 도루의 절반을 넘어섰다.

바야흐로 대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도루왕은 정수빈(39개), 2위는 신민재(37개)였다. 올해 1위 조수행은 벌써 28개다. 2위 박해민(25개)은 이미 작년 도루개수(26개)에 근접했다. 도루 3위 정수빈(20개)도 작년보다 페이스가 빠르다.

베이스 크기가 확대되고, 투수들에게 피치클락 경고가 주어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내년부터 메이저리그(MLB)처럼 피치클락이 정식으로 적용된다. 만약 견제 횟수 제한까지 도입될 경우 더욱 다이내믹한 발 야구가 팬들을 즐겁게 할 전망.

하지만 1일 부산 NC 다이노스-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이 같은 전망에 찬물을 붓는 판정이 나왔다.

3회말 롯데의 공격. 롯데 황성빈이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어 1사 후 다시 3루까지 훔치려했다.

황성빈의 3루 도루 상황에 대해 3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롯데 구단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지만, 최초 판정은 정정되지 않았다. 앞서 2루에서 시즌 20호 도루(공동 3위)를 성공시켰던 황성빈의 시즌 첫 도루 실패였다.

영상=TVING

NC 3루수 서호철의 포구와 태그 동작, 황성빈의 슬라이딩을 고려하면 타이밍 자체는 세이프처럼 보였다. 다만 야구 규정상 주자의 손이 베이스에 닿기 전에 태그가 먼저 이뤄졌다. 주로를 가로막은 서호철의 무릎에 베이스로 진입하던 황성빈의 손이 걸렸기 때문이다.

심판진은 '(주자가)들어갈 공간이 남아있다. 주루방해가 아니다'라며 아웃을 선언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다. 느린 그림을 봐도 서호철의 다리가 주로의 대부분을 가로막은 상태다. 황성빈 입장에선 빈 공간을 찾기 쉽지 않다.

주자는 홈쪽의 글러브로부터 멀어지길 원한다. 주자의 오른쪽(베이스 바깥쪽)으론 서호철의 다리는 물론 스파이크까지 길게 나와있다. 황성빈으로선 어쩔 수 없이 서호철의 무릎 쪽을 공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황성빈의 쭉 뻗은 왼팔이 서호철의 무릎에 가로막히면서 크게 접히는 모습도 보인다.

황성빈은 주루방해가 아니냐며 펄쩍 뛰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그라운드로 나와 설명을 요구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사진=KBSN스포츠-TVING 중계 캡쳐
사진=KBSN스포츠-TVING 중계 캡쳐

만약 황성빈이 손이 아닌 발로 들어갔다면, 오히려 서호철 쪽이 위험했을 것이다. 다만 황성빈은 1루에서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선수다. 코치진의 거듭된 만류에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민망해하는 그다.

서호철도 주로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플레이는 아닐 것이다. 안정된 포구에 집중하다 보면 흔히 나올 수 있는 실수다. 설령 고의성이 있었다 한들, 주루방해가 선언되면 NC의 손해다. 서호철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주로를 가로막지 않도록 베이스 앞쪽에 자리 잡으려고 신경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심판은 명백한 주로막기에 '문제없음'을 선언했다. 다치지 말라고 부상방지 규정까지 만들었는데, 심판이 나서서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줬다. 심판의 시야에선 어떤 공간이 보였던 걸까.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경기. 1회 내야땅볼 타구를 치고 1루에서 슬라이딩하고 있는 황성빈. 결과는 아웃.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5.28/

다행히 롯데 구단에 따르면 이날 황성빈은 큰 부상을 당하진 않았다.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이미 올해 도루 경쟁도 불이 붙었고, 내년엔 더 뜨거워질 예정이다. 자칫하면 어제의 판정 하나가 예방할 수 있는 부상을 늘리는 트리거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간 KBO의 적극적인 규정 변화와 선수들의 노력을 통해 홈에서조차 사라지다시피 했던 '가로막기' 수비행위. 당장의 아웃카운트 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자칫하면 주자와 수비수 양쪽에 치명적인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부상을 피할 수 있도록 판정으로 유도해줘야 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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