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에 공적 재원 감소…경영난에 한숨 깊은 방송사들

황재하 2024. 6. 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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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TBS 서울시 지원 끊기고 SBS 비용 절감 돌입
KBS·EBS 수신료 분리 징수 목전…재정 악화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국내 방송사들이 공적 재원 급감이나 모기업의 경영난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2일 방송가에 따르면 이달부터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는 시의 지원이 중단됐고, SBS는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이와 별도로 KBS와 EBS는 수신료 분리 고지·징수로 인한 재원 감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방송 광고 시장의 성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발생한 재정난은 방송사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TBS 지원 폐지 조례안 철회 촉구하는 TBS 직원들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직원들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지원 폐지 조례안을 철회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방송사들 가운데 당장 큰 위기에 직면한 것은 서울시 산하 재단법인인 TBS다. 2개의 라디오 채널과 1개의 TV 채널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연간 예산 400억원의 70%가량을 시의 출연금에 의존해왔는데, 이달부터 지원이 끊겼다.

TBS의 위기는 예정돼 있었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주도로 2022년 11월 시의 출연을 폐지하는 조례가 서울시의회를 통과했고,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지원이 끊길 예정이었다가 5개월 연장됐다.

1년 반이나 되는 시간 동안 TBS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지원 폐지의 계기가 된 정치적 편파 논란을 사과하고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어준씨와 신장식씨(현 국회의원)의 출연을 무기한 정지했다.

아울러 정원을 20% 감축한다는 혁신안을 발표하고 350명에 달했던 직원을 250명으로 줄였지만, 끝내 지원 폐지를 막지는 못했다.

비영리법인으로서 상업 활동이 제한되는 TBS는 길어도 3개월가량 버틸 수 있는 현금 20억원가량만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바람 앞의 촛불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직원들은 지난달 30일에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원 폐지를 철회해달라고 호소했다.

양천구 목동 SBS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SBS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이 회사 경영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1분기 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히며 "비상조치로 우선 비용 절감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 글에 따르면 SBS는 1분기 영업손실 150억원을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01억원, 종편 출범으로 수익성이 나빠졌던 2014년 129억원, 리우올림픽 흥행에 실패했던 2016년 89억원의 영업손실보다도 큰 액수다.

사측은 1분기 영업손실의 배경으로 "광고시장이 축소되고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제작 환경의 악화가 겹치면서 자본력을 갖춘 일부 글로벌 OTT조차 한국 철수 또는 투자 축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측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작년 말 워크아웃(재무 개선 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위기도 경영 실적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영건설은 SBS가 속한 태영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최근 노보에서 이번 비상조치를 두고 "'태영의 위험이 SBS로 전이돼서는 안 된다'는 경영 원칙이 무너진 결과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수신료 분리 징수' KBS 앞에 놓인 화환 TV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고지·징수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난해 7월 11일 서울 여의도 KBS 앞에 화환이 놓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KBS와 EBS는 수신료 분리 고지·징수 시행을 앞두고 있어 대규모 재원 감축이 예상된다.

종전까지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되던 수신료가 작년 7월 공포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내용대로 실제 분리 징수되면 징수율은 낮아지고 징수에 드는 비용은 늘어 결과적으로 연간 수천억원의 수신료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BS는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헌법소원을 냈으나 지난달 30일 기각돼 사실상 분리 징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전 등과 실무 협상이 마무리되면 조만간 분리 징수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KBS 이사회는 작년 말 2024년도 종합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1천431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수신료 수익이 작년의 6천850억원에서 올해 4천400억원대에 그칠 것이라고 계산했다.

월 2천500원의 수신료 중 70원(2.8%)을 분배받는 EBS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이 회사는 지난해 수신료 191억7천여만원을 받고도 영업손실 197억9천여만원을 기록했다. 이미 주 고객층인 학령 인구의 감소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 수신료 수익까지 줄어들 위기에 놓인 것이다.

주요 매체별 광고비 비중 추이 [자료 방송통신위원회.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각 방송사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공통된 걱정거리도 있다. 방송 광고 시장의 성장 둔화 추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도 방송시장 경쟁 상황 평가'에 따르면 2022년도 방송 광고(라디오 제외) 매출액은 전년 대비 3.2% 감소한 2조8천940억원을 기록했다.

제일기획이 매년 발간하는 광고연감에 따르면 전체 광고 시장에서 TV 방송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30%를 웃돌았지만, 해마다 줄어 2022년에는 20.6%에 그쳤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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