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남의 둥지에 알 낳는 뻐꾸기, '종분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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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사이언스 표지에는 청동뻐꾸기와 청동뻐꾸기가 기생하는 숙주 새인 요정 굴뚝새의 사진이 실렸다.
레베카 킬너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뻐꾸기와 숙주 새가 경쟁하는 과정은 '공진화'가 '종분화'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라고 30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뻐꾸기와 숙주 새 사이의 '진화적 군비경쟁'을 살펴 공진화가 종분화와 연관이 있다는 근거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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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사이언스 표지에는 청동뻐꾸기와 청동뻐꾸기가 기생하는 숙주 새인 요정 굴뚝새의 사진이 실렸다. 요정 굴뚝새는 청동뻐꾸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청동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자신의 새끼들이 둥지 주인인 숙주 새에게 기생해 생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뻐꾸기와 숙주 새는 경쟁을 벌이는데 경쟁 속에서 새로운 종이 탄생했을 것이란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레베카 킬너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뻐꾸기와 숙주 새가 경쟁하는 과정은 ‘공진화’가 ‘종분화’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라고 30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공진화는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종들이 서로의 진화적인 변화를 이끈다는 의미다. 공진화 과정에서 한 종이 다른 종으로 진화하는 종분화가 일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 증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뻐꾸기와 숙주 새 사이의 ‘진화적 군비경쟁’을 살펴 공진화가 종분화와 연관이 있다는 근거를 살폈다. 진화적 군비경쟁은 두 종이 생존을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자신의 생존에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청동뻐꾸기는 숙주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청동뻐꾸기 새끼는 숙주 새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숙주 새는 자신의 알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면 청동뻐꾸기 새끼를 정성 들여 키우게 되고 자신의 새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채면 양육을 거부한다.
숙주 새는 청동뻐꾸기가 자기 새끼가 아니라는 점을 눈치채야 하고 청동뻐꾸기는 숙주 새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속이는 경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연구팀은 숙주 새가 청동뻐꾸기 새끼를 품지 않으려는 행동을 보일 때 청동뻐꾸기가 숙주 새와 보다 닮은 형태로 진화하면서 유전적 계통이 갈라지게 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계통이 갈라진 서로 다른 청동뻐꾸기 간의 가장 두드러진 외형적 차이는 성체의 깃털과 울음소리였다. 이는 숙주 새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계통과 이기기 힘든 계통을 식별하고 이길 확률이 높은 계통끼리 짝을 이뤄 자손을 번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계통이 새로운 종이 출현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았다. 다양한 뻐꾸기 종류를 분석한 결과, 숙주 새를 잘 속이는 뻐꾸기 계통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는 종분화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생존에 유리한 계통이 새로운 종이 된다는 것이다.
킬너 교수는 “군비경쟁을 하는 두 종 모두 종분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진화적 군비경쟁은 새로운 종의 출현을 야기하고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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